제주지역 노인들의 삶이 고달프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나마 부양(扶養)해 줄 가족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처지에 놓인 어르신들이 너무 많다는 게 갑갑하고 침울한 우리의 현실이다.
제주자치도가 지난해 내놓은 ‘제주도 사회조사(전체사례 5785명)’에 따르면 60세 이상 응답자 1987명 중 50%가 ‘노후(老後) 생활’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신을 ‘하위계층’이라고 밝힌 응답자 1609명 가운데 74.2%가 노후를 대비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준비를 ‘안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옳다. 제주지역의 경우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다른 지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통계청의 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제주도내 65세 이상 인구는 2005년 5만5403명에서 2015년 8만3025명으로 10년새 2만7622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근무환경이 열악(劣惡)한 서비스업 혹은 일용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주도 등 행정에서 시니어 일자리 또는 공공근로 등을 통해 취업지원을 해주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지역여건 상 자리가 몇 안 되는데다 급여도 너무 적어 노후 준비는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본보 기자가 취재 도중 만난 87세 김모 할머니의 말이다. “쓰레기통(클린하우스)에서 폐지를 모아서 팔면 1㎏에 600원 주거든. 쉬지 않고 온종일 일해봤자 하루에 5000원 벌기도 힘들어. 젊었으면 좀 더 벌텐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TV 등에서는 ‘100세(歲) 인생’을 부르짖고 있지만 제주노인들이 처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행정과 지역사회가 나서 이들을 돕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노인들의 희생 아래우리가 존재하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