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 나가도 ‘모르는’ 제주도…학부모들 우려·행정불신 호소
속보=아이들이 장시간 생활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기준치의 수백 배가 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지만 정작 행정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부서는 언론의 보도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앞서 정해진 일정에 따라 추후 재검을 실시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환경부가 2014년 이후 제주지역 139개 어린이집과 82개 유치원, 100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실내 유해물질을 조사한 결과 각각 43%, 50%, 32%에서 기준치가 넘는 유해물질(납, 카드뮴, 크롬, 수은)이 1개 이상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본 지 10월4일자 5면).
4일 본 지가 송옥주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제주지역 검사 결과지를 분석한 결과, 4개 항목 수치의 총합이 700ppm을 넘어 ‘정밀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곳은 2015년 검사에서만 90여 곳(장소 중복 포함)을 넘었다. 이 가운데는 6가크롬과 납이 각각 기준치의 652배와 261배를 넘는 어린이집도 있었다.
그러나 행정은 이번 문제에 위기감을 갖지 않는 분위기다.
확인 결과 제주도청은 언론의 보도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고, 제주시청은 정해진 일정에 따라 재검을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 외에 다른 방안을 내놓지 못 했다.
제주시청의 경우 환경부의 요청에 따라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총 301곳의 어린이집을 조사했다. 이 중 2014년에만 39곳이 기준치를 월등히 상회해 재검 대상이 됐지만 해당 어린이집들의 개선 여부는 3년째가 되는 올해 말까지 확인하는 것으로 일정이 짜여 있다.
일부 어린이집 원아들은 3년간 유해물질이 상당한 시설에서 생활할 수도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유해물질의 대부분이 도료(비친환경성 페인트)에서 나온 가운데 통상 공사 시에 한 종류의 페인트를 여러 곳에서 바르는 것을 감안하면 유해물질이 한번 검출된 어린이 시설에서는 공간 전체의 중금속 위험도가 더 큰 상황이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6가크롬은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1급 발암성물질로 분류한 물질로 흡입을 통해 주로 호흡기계에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납은 뼈와 치아에 저장돼 주로 뇌와 신경계통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한다.
4일자 보도가 나간 후 본 지에는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검사 결과를 궁금해하는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잇따랐다.
학부모들은 “수치가 높은 곳이 많은 것으로 나왔는데 그렇다면 어떤 부모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매일 아침 아이를 보내는 것 아니겠느냐”며 “아이들의 건강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지역사회가 이렇게 조용할 수는 없다”고 행정 불신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