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국가배상법에 따라 책임 의무 있다” 판결
제주도 농업기술원 소속 공무원이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인 것과 관련, 법원이 제주특별자치도에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서현석 부장판사)는 농민 K씨와 L주식회사 등 13명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K씨 등은 지난 2014년 10원 제주도를 상대로 총 4억861만원을, L주식회사는 6398만4800원을 배상하라고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L주식회사의 청구는 기각했지만, K씨 등 12명이 제기한 주장을 일부 수용, 전체 청구금액 중 70%에 해당하는 2억7468만7000원을 제주도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제주도농업기술원 소속 전 공무원 H씨가 농민 44명을 상대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속이면서 발생했다. H씨는 지난 2013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1년여간 농민들을 상대로 자부담금 명목으로 총 16억8000만원을 가로챘고, 결국 사기죄 등의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피해를 입은 농업인들은 “소속 공무원인 H씨가 직무를 집행하면서 국가보조금을 지원받게 해 준다고 속여 자부담 명목으로 돈을 편취했다”면서 “국가배상법에 따라 소속기관인 제주도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제주지법은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제주도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배상의 범위는 H씨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로 한정시켰으며, K씨 등이 H씨에게 통장 비밀번호까지 건네는 등 과실도 있다면서 배상액을 70%로 제한했다.
이날 재판부는 일부 농민들이 주장한 묘목구입 비용과 L주식회사가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L주식회사는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음에도 H씨가 보조금 사업이라고 속여 시설하우스 설치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해 공사를 진행하다 중단하게 됐다며 공사대금 6398만4800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며 이를 배상할 것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보조금이 지원되는 줄 알고 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그 계약이 목적이 불능인 계약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L주식회사와 농민이 체결한 도급한 계약은 유효하다”면서 "농민이 착오를 이유로 원고 L과 체결한 도급계약을 취소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설령 취소했다 하더라도 L주식회사가 이미 설치한 시설에 소요되는 공사대금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보유하게 되므로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