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를 향해 북상중인 제18호 태풍 ‘차바(CHABA)’는 오늘 새벽과 오전사이 제주를 통과할 것으로 보이면서 지난 2007년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안긴 태풍 ‘나리’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4일 제주도기상청에 따르면 매우 강한 중형급 태풍(중심기압 940hPa, 중심부근 최대풍속 47m/s)으로 서귀포 남쪽 약 420km 부근 해상에서 북진하고 있다. 태풍 ‘차바’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서쪽 가장자리를 따라 북진하면서 5일 새벽 3시경 서귀포 남서쪽 70km 해상까지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태풍은 조금씩 약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매우 강한 강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제주도 부근으로 북상하는 이날 새벽에는 중심기압 960hPa 내외의 강도가 예상된다.
기상청은 현재의 예상 진로와 강도가 유지될 경우 2007년 9월 제주를 관통한 제11호 태풍 ‘나리(중심기압 960hPa)’의 경우와 유사한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다만 태풍 ‘차바’는 우리나라 북쪽 상공에 강한 상층 제트와 차가운 공기의 영향으로 제주도 부근을 지나면서 급격히 동쪽으로 전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예상 진로에 놓인 제주도는 최대순간풍속 35m/s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80~200mm, 산간 400mm 이상)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따른 피해도 예상된다.
기상청은 “태풍의 직접영향을 받는 제주지역에 농작물 및 시설물 관리와 수방대책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 항공기가 결항되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전에 운항여부를 확인하고, 항만시설 및 수산증양식시설의 피해에도 각별히 유의”를 당부했다.
태풍 ‘차바’가 제주에 근접함에 따라 재난당국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제주도는 이날 오후 4시 권영수 행정부지사 주재로 협업부서, 유관기관 합동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하고 분야별 대비상황을 점검했으며, 도와 행정시, 읍면동 공무원 1/5을 비상근무토록 조치하는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도민들의 안전의식과 철저한 사전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도민 각자가 태풍에 대비해 주택 등 시설물 등을 사전에 자체점검 하고 취약 시설물은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제주해경 역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제주해양경비안전서는 4일 태풍 대책 본부를 가동, 전 직원의 절반이 24시간 비상근무 체계로 전환해 긴급 상황에 대비한 구조 세력의 긴급 출동 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항·포구, 해안가 순찰을 강화하는 등 재해 취약 해역에 대한 피해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일선 학교들 역시 긴급히 학사일정을 조정하면서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4일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제주중앙여고가 오후 9시에서 오후 6시20분으로 하교시간을 조정하는 등 총 10개 중·고등학교가 많게는 3시간까지 귀가시간을 앞당겼다.
또, 태풍 ‘차바’가 제주를 직접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는 5일에는 제주사대부고가 오전 7시50분에서 9시로, 애월고가 오전 9시에서 11시30분으로 등교를 늦추는 등 도내 46개 초·중·고가 등교시간을 조정했다.
도교육청은 이날 긴급 상황판단회의를 열고 일선학교에 대해 학생 등하교 시간 조정과 야간 자율학습 조기 귀가조치, 시설물 관리 만전, 공사 현장 출입 통제 등의 학생 안전대책 실시를 시달했다. 더불어 본청과 교육지원청 재난 주관부서는 비상근무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