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곳 없는 제주 노인 ‘고달픈 삶’
일할 곳 없는 제주 노인 ‘고달픈 삶’
  • 고상현 기자
  • 승인 2016.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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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회 노인의 날
道 사회조사 60세이상 50% “노후준비 않아”
일자리 대부분 일용직…“맞춤형 지원 필요”
▲ 2일 노형동에 위치한 클린하우스 앞에서 만난 김모 할머니. 할머니는 가지고 온 유모차 위로 납작하게 접은 상자를 쌓아 올리고 또 다른 클린하우스를 향해 자리를 옮겼다.

“하루에 5000원 벌기도 힘들어.”

2일 오후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한 클린하우스 앞에서 유모차 위에 쌓아 놓은 폐지를 정리하던 김모(87) 할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는 야윈 손으로 자신의 몸만 한 상자를 납작하게 펴서 유모차 위에 하나씩 쌓아 올렸다. “지금 먹고살 수 있는 일이 이런 일인데 온종일 이렇게 다녀도 많이 벌지 못 해. 1kg에 600원 주거든. 젊은 사람이면 트럭에 싣고 다니면서 꽤 벌 텐데 나는 나이가 들어서 그렇게는 못 하지….”

제주 지역 노인들의 삶이 고달프다. 나이가 들어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거나 부양해 줄 수 있는 가족이 있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내놓은 제주도 사회조사(전체 사례 5785명)에 따르면 60세 이상 응답자 1987명 중 50%가 노후 생활비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계층별로 자신이 “하위계층”이라고 밝힌 응답자 1609명 중 74.2%가 노후를 대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 응답자 4048명 중 40%도 준비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해마다 노인 인구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일자리도 많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내 65세 이상 인구는 2005년 5만5403명에서 지난해 8만3025명으로 10년새 2만7622명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근무 환경이 열악한 서비스업이거나 일용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제주가 상대적으로 급여나 회사 규모가 낮다”며 “이마저도 회사에서는 되도록 청년들을 뽑으려고 하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선택지는 사실상 일용직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30년 넘게 근무한 직장에서 은퇴하고 최근 서귀포시 A 골프장 잔디 관리 일을 하는 양모(65)씨는 “은퇴 후 국민연금 90여만 원 받는 거로는 세금이나 공과금을 내고 나면 생활비가 부족해 수십여 곳에 일자리를 문의해봤지만, 편의점에서조차 나이가 많다고 받아주지 않았다”며 “골프장 일은 힘들어서 젊은 사람들이 잘 안 해 겨우 이곳에 들어왔다. 몸이라도 아프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고승한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주 지역에서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열악한 편”이라며 “행정에서 시니어 일자리, 공공근로 등을 통해 노인들에게 취업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급여가 적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연구위원은 “일본처럼 수요자 중심의 일자리 지원을 통해 노인 특성별로 맞춤형으로 취업 지원해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고, 기존의 취업 지원 사업도 지방비를 통해 지원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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