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농부시장·공연 등 넓은 자연서 문화 공유


2일 오후 3시께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396번지. 맑은 가을 하늘 아래 푸른 잎의 나무와 수풀로 둘러싸인 넓은 녹차 밭에는 사람들의 도란거리는 소리와 이국적인 음악 선율이 한데 어우러지고 있었다. 자연은 이들의 완벽한 무대였다. 이날 이곳에는 제주도에서 외과 전문의로 있는 홍성직(61)씨가 매월 주최하는 ‘에코파티’가 열렸다. 행사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함께하는 착한 농부 시장, 포틀럭 파티, 춤 공연으로 구성됐다.
녹차 밭 한편에 마련된 ‘착한 농부 시장’에는 사람들이 집에서 직접 만들거나 재배한 물건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이날 검은 보리를 가지고 나온 오진솔(27)씨는 “정성스레 준비한 농산물을 사람들이 기쁘게 사 가는 것을 볼 때 기분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우엉, 도라지 등 약초를 사용해 만든 김치를 판매한 장정순(58‧여)씨는 “직접 재배한 약초로 만든 귀한 음식을 나만 먹기보다 사람들과 공유하니깐 즐겁다”고 수줍게 말했다.
사람들은 직접 만든 물건을 다른 물건과 교환하기도 했다. 그리고 물건뿐만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나눴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를 만나 즐겁게 대화를 나누던 송봉주(49)씨는 이곳을 “사람들과 삶의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정겨운 공간”이라고 평했다. 송씨는 “여기 오면 물건뿐만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삶, 여유로운 삶에 관해서 얘기한다”며 “그 가운데 사람들과 울림과 끌림이 생긴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소곤대는 목소리들이 중저음의 기타 소리로 조용히 대체되자 녹차 밭 너머로 독특한 의상의 공연자들이 사람들을 향해 다가왔다. 1950년대 이후 일본에서 생겨난 ‘부토’라는 독특한 춤 공연이었다. 녹차 밭 사이로 공연자들이 느리게 움직이며 다가오자 한 관객이 혼잣말로 “평화롭다”고 말했다. 사람들 모두 초록빛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춤 공연에 넋이 나간 듯이 한참을 바라봤다.
에코파티의 주최자인 홍씨는 수년 전부터 이곳 5000평의 공간을 매월 한 번씩 무상으로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홍씨는 그 이유에 대해서 생태적인 삶을 들어 설명했다. 홍씨는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는데 이는 자연과 가까워지는 삶”이라며 “구체적으로 자연 속에서 자신들이 직접 정성스레 준비한 물건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자연에서 문화나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그러한 삶”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씨는 “앞으로 이 공간이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생태적인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