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실업 9.3% IMF 상황 복귀
일자리 함께 자기개발 지원 필요
대한민국 청년들의 절망이 도를 넘어서는 것 같다. 통계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지난 8월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9.3%에 달했다. 이는 전년 8월보다 1.3%포인트 상승한 것일 뿐만 아니라 8월 기준으로는 청년실업률이 9.0%를 넘은 것은 IMF(외환위기) 상황이던 1999년 이후 17년 만이라고 한다.
이러다보니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는 자조적인 목소리들이 이어지고 있다. 태생적 한계인 ‘금수저’와 ‘흙수저’에 이어 최근 극심한 청년 취업난을 반영한 ‘웃픈(웃기면서 슬픈)’ 신조어들이 그것이다.
최근 가장 유행하는 신조어는 인류의 진화단계를 인용하고 있다. 스펙을 많이 쌓고도 정규직 채용이 안돼서 인턴만 반복한다는 ‘호모인턴스’인 요즘 대학생들에겐 과거 토익과 학점만으로도 취업이 어렵지 않았던 취업 호황기의 세대인 ‘오스트랄로스펙쿠스’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이외에도 ‘부장인턴’(인턴생활을 많이 반복해서 기업의 부장만큼 경험을 많이 쌓은 인턴), ‘금턴’(빽이 없으면 갈 수 없는 좋은 인턴자리), ‘흙턴’(일은 못 배우고 허드렛일만 하는 인턴)과 함께 자신감과 자존감이 넘치는 중2와 다르게 자신감 떨어지고 방황하는 대학시기를 빗댄 ‘대2병’과 스펙을 준비하느라 죽을 만큼 고생하는 대학교 3학년 시기를 ‘사망년’이라고 부른다고도 한다.
그만큼 청년들의 절박한 취업난과 함께 극심한 취업 스트레스를 반영하고 있다. 과거에도 사회현상을 빗댄 신조어들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엔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기인한 자기비하형 청년신조어와 함께 “더 노력해보라”는 기성세대의 ‘노력’ 조언까지도 ‘노오력(노력보다 더 큰 노력)’으로 희화되고 풍자되는 현실이다.
청년들의 현재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 실제 상당수의 청년들이 구직활동에 나서긴 하지만 ‘희망’을 보지 못한다.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취업 후에도 갚아나가야 하는 학자금 대출, 월급을 평생을 모아도 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급등하는 주택가격, 월급 빼고는 다 오르는 것 같은 물가 등의 현실이 그들을 옥죄고 있다.
더욱이 청년들은 취업 후 일정수준 이상의 급여와 복지가 보장되는 일자리를 원하지만, 이런 청년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고용노동부의 통계를 살펴보면 제주는 월 평균 임금이 245만 50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하지만 이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는 민간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서 청년들에게 끊임없이 노력만을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기성세대의 욕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제 청년들에게 노력만이 아니라 그들의 필요욕구를 충족시켜주고, 그리하여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지역의 괜찮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들이 더욱 확대돼야 할 때다.
현재 정부나 지자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자리정책은 대부분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민간 기업에 집중돼 있다. 꼭 필요하고 괜찮은 정책이지만 청년들을 민간 기업으로 발길을 돌리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청년층에 대한 노동수요는 높지만 낮은 임금과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또 현재 여건이나 비정규직의 일자리가 정규직이나 양질의 일자리로 가는 중간역할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결국 노동시장의 수급 불안정 현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일자리정책과 함께 성남시의 ‘청년배당’과 서울시의 ‘청년보장’과 같이 단순 금전적 지원만이 아니라 청년들의 사회경제적 처지를 극복하고 자기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들이 제주에서도 모색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 청년일자리 창출의 해법은 구직자들이 원하는 일자리정책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청년 구직자들의 가능성을 지원해줄 수 있는 ‘구직자 중심의 일자리 정책이 함께 지원될 때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