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난리 겪고도 또 우레탄 트랙인가
그 난리 겪고도 또 우레탄 트랙인가
  • 제주매일
  • 승인 201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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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도내 172개교 가운데 절반이 넘는 93개교에서 유해성 납 성분이 추출됐다고 발표되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심지어 어느 학교에선 독성이 강하고 암(癌)의 원인도 되는 ‘6가크롬’이 확인되기도 했다.

깜짝 놀란 제주도교육청이 우레탄 전면 교체를 결정하고 새로운 트랙 모형 수요조사를 실시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2차 수요조사를 감행하는 우여곡절 끝에 도교육청은 마사토와 천연잔디 등 친(親)환경 소재 트랙으로 교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건강을 최우선시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입장 공표 한 달여 만에 이 같은 방침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면엔 ‘도의원들의 등쌀’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의원들이 촉박한 일정 등을 이유로 2차 수요조사에 문제를 제기하며 재조사(3차)를 요구하거나, 우레탄 재설치 등으로 방향 선회를 주문하자 꼬리를 내렸다는 것이다.

일부 도의원들의 태도 변화에 어떤 ‘흑막(黑幕)’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유해성이 확인된 우레탄 트랙 재설치 등을 주문한 것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을 뿐더러 아주 잘못된 조치다. ‘학생들의 건강 우선’ 운운하던 도교육청이 의원들의 압력(壓力)에 입장을 바꾼 뚝심 없는 행보 또한 강력 비판받아 마땅하다.

학교 운동장 트랙은 특정인의 이익과 관리편의 등을 떠나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直結)되는 문제다. 도의회나 교육청 모두 오로지 학생들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이를 고치지 않고 답습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그 난리를 겪고도 또다시 우레탄 트랙을 설치하려는 것은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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