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 강순희
  • 승인 201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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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 바탕 새로운 변혁
‘컴퓨터 직업 50% 대체’ 연구도
그렇지 않다는 반론도 많아

직업 재구성되고 진화하기 때문
새로운 시대 도래만은 사실
컴퓨터와 경쟁 아닌 ‘인간다움’으로

요즈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특히, 이로 인한 일자리와 삶에 대해 우울한 전망과, 이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면서 4차 산업혁명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지능화된 정보통신기술이 바탕이 되어 로봇 등 디지털 기기와 인간, 물리적 환경의 융합으로 이어져 산업계와 시장, 제도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증기기관에 의한 1차, 전기에 의한 2차, 그리고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에 의한 3차 산업혁명의 뒤를 잇는 사회경제적 변혁 현상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더스트리 4.0’이라고도 불린다. 새 시대 유망한 기술 분야로는 인공지능(AI)·로봇·바이오·나노기술·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자율주행차량·3D프린팅 등이다.

4차 산업혁명은 무엇보다도 일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비관적 전망으로 자주 인용되는 것이 영국 옥스퍼드대 프레이(C. Frey)·오스본(M. Osborne) 교수가 2013년 발표한 ‘고용의 미래’라는 연구다.

이들은 미국의 702개 직종의 컴퓨터화 과정을 분석한 결과 향후 20년 내에 컴퓨터로 대체 가능성이 큰 고위험 직종이 전체의 47%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같은 방식으로 우리나라를 분석한 결과 제조업보다 의료·운수·교육·상담 등 서비스 분야 고용이 많이 대체될 수 있으며, 전체 일자리의 55~57%가 컴퓨터 대체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해 미국보다 위험도가 높다고 한다. 올해 초 열린 다보스포럼에선 2020년까지 총 710만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신규 기술이 새로 만들어 낼 일자리는 200만개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론도 많다. 대표적인 게 올해 발표된 안츠(M. Arntz)·그레고리(T. Gregory)·지란(U. Zierahn) 박사의 ‘OECD 국가의 직업자동화의 위험성’ 연구다.

이들은 각 직업에서 수행해야할 과업(task)을 기준으로 직업들의 컴퓨터화 가능성을 추정한 결과, 앞의 연구결과와는 다르게 21개 OECD 국가 전체로는 9%의 직업만이 자동화되고, 특히 한국은 자동화 가능성이 가장 낮아 6%에 불과하다고 보고했다. 기계는 인간을 보완하기에 더욱 진화한 컴퓨터와 로봇은 지상낙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디지털 아테네(Digital Athens)’ 시대를 불러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또한 신기술은 생산성 향상, 소득증대, 소비증가로 이어져 2023년까지 일자리가 최소 5%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직업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되고 진화된다는 논리다. 그간의 역사에서 나타났듯이 새로운 기계가 생기면 기존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지만 새로운 기계와 관련된 새로운 마켓이 생겨나 유통구조부터 바뀌고 새로운 일자리로 확대 재창출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요지다.

노동의 총량(Lump of labor)은 고정돼 있지 않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역사 속에서 지켜보아 왔기에 이러한 전망은 설득력을 갖는다. 여기에다 기술적·경제적 이유에서도 로봇에 의한 대규모 고용 대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가세하고 있다.

계산·논리·추론 등 인간에게 어려운 일이 로봇에게는 쉽고, 인지·감성·동작 등 인간에게 쉬운 일이 로봇에게는 어렵다는 이른바 ‘모라벡의 역설’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자동화는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하고 제조라인의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어 투자수익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우려를 덜게 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하지만 방향과 정도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임은 분명하다.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위기를 뛰어넘을 용기가 필요하다.

인간의 감성과 소통·창의 등 ‘인간다움’의 강화가 답이다. 기계와 싸울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방법은 인간다움에서 찾는 것이다. “진짜 위험한 것은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컴퓨터처럼 생각하는 것이다”라는 영국의 저널리스트 시드니 해리스(Sydney Harris)의 격언을 되새길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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