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과 제주의 시선
영화 ‘곡성’과 제주의 시선
  • 강창일
  • 승인 201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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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참극’ 이후 ‘유커공포’ 표면화
희망 모아 제주공동체 지켜가자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영화 ‘곡성’은 작은 시골마을에 한 낯선 외지인이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기이한 사건들로 마을 전체가 공포에 휩싸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소녀의 외침은 인간의 ‘두려움’에 대한 원초적 질문을 던진다.

“지금 무엇이 중요한가.” 개발의 속도가 지나친 현대사회에서도 무엇이 중요한 지의 우선순위를 따지는 일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주는 천혜의 자연과 풍부한 자원을 뒤로하고 개방적이고 과감한 개발정책을 택했다. 2002년부터 중국인 관광객에게만 한 달 동안 비자 없이 관광할 수 있는 무사증제도를 도입했고, 2016년엔 복수사증 발급대상을 확대해 10년 유효비자를 최초로 시행했다. 하루에 3000명 가까운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 이유다.

또한 제주는 2010년에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할 경우 투자 5년 후에 영주권이 주어지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도입했다. 이후 외국인들이 사들인 제주도 토지가 급증, 2011년 951만㎡에서 2016년 2059만㎡로 117%나 늘어났다. 이 중 중국인이 보유한 땅이 전체 외국인 매입 토지의 절반에 가까운 914만㎡(44.4%)로 가장 넓고, 미국인은 368만㎡(17.9%), 일본인은 241만㎡(11.7%) 순이다.

얼마 전 제주의 한 성당에서 기도 중인 신도가 무사증 입국 중국인에 의해 살해되는 참극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제주사회에 잠재돼 있던 ‘유커공포’현상이 표면화되고 있다. 비단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외국인, 특히 중국인들의 도민 상대 폭행 등 범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방인에 대한 혐오현상을 뜻하는 ‘제노포비아(xenophobia)’는 낯선 것을 기피한다는 의미로 국제화·개방화 시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다. 제주도의 개방정책의 ‘결과’로 외국인의 유입은 계속될 것이고, 도민들의 공포심과 경계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

여기서 심각한 것은 그 공포로 인해 제주가 움츠러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주사회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외국인에 대한 ‘공포’가 급격히 확산됐고, 큰 충격과 슬픔에 잠겨있다. 우리들의 제주도 거리임에도, 특히 밤거리에 중국인들을 만나기가 무섭다는 ‘안타까운’ 민원의 목소리들이 들린다.

그러나 공포에 매몰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우리 땅 제주도다. 내일을 대비하는 정신, 스스로 희망을 만드는 기운이 제주 사람의 당당한 혼이다. 강인한 생명력과 도전정신으로 스스로를 지키며 자유를 만들어왔다.

무분별한 개발정책에 대한 재고와 함께 외국인 범죄에 대한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한 두푼의 관광수입보다 도민 한사람의 안전이 소중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도민들도 두려움을 하나씩 걷어내고 우리 제주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 공포가 아니라 희망을 키워야 한다. ‘못된’ 외국인들에 휘둘릴 제주도민들이 아니다. 우리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

지금 우리는 제주의 미래를 위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 제주가 급변하고 있다. 개발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고 있고, 땅도 주택도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다. 매년 1만명이 넘는 이주민이 제주에 뿌리를 내리고, 1300만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누구도 우리 고향 제주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점이다. 제주는 고향을 넘어 우리 삶을 지키는 오롯한 정신이다. 제주의 자립정신과 근면·성실함을 묶어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공동체사회인 제주를 만들어야 한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고 그 안에서 제주의 아이들과 청년들이 내일의 꿈을 만들어가고, 꿈이 실현되는 자족 자립의 제주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러한 제주의 모습이 한반도에 널리 퍼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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