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신 채 차를 몰던 운전자가 불법주차 된 차량과 부딪치는 사고를 냈을 경우 어느 쪽 책임을 중하게 물어야 하나.
상식적으로 움직이는 차량이 서있는 차와 충돌한 만큼 당연히 음주운전 차량에 더 책임이 무거울 것 같지만 법원은 이 경우 불법주차 한 차주에게도 절반의 책임을 물렸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비록 1심 판결에 불과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차량소유자의 주정차 책임을 강조한 것이어서 차량 소유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6단독 공도일 판사는 12일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와 만취한 친구 차량에 동승했다 사고를 당해 전신이 거의 마비된 황모(23) 씨가 불법주차 된 차량이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보험사는 황씨에게 3억1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만취상태에서 운전하다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더 많은 잘못이 있다고는 하지만 주차금지구역내 불법주차 차량이 없었더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사고 규모가 작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점에서 불법주차와 사고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한 뒤 불법주차 된 차량의 보험사에 50%의 책임을 물렸다.
2003년 4월 음주운전 차량 조수석에 탔던 황씨는 주차금지구역에 불법주차 돼 있던 차량과 충돌사고로 목뼈에 이상이 생겨 전신마비 증세가 나타나자 보험사를 상대로 손배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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