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내 건축물 내진설계 비율 낮아
예방·대응·복구 체계 재점검 필요
2016년 9월12일 오후 8시32분경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점에서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다행스럽게도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연이은 여진으로 인해 대한민국 전역이 지진 공포에 휩싸여있다.
이번 지진과 관련, 다양한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재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재난관리 차원에서 경주 지진 문제를 재난관리 4단계에 비추어 짚어본다.
첫 번째는 재난의 예방단계다. 관련 활동은 재난예방대책 수립·시행, 징후 감시(모니터링), 취약시설 정비, 안전점검 및 기준 강화, 안전문화운동 등이 있다. 지진과 관련해서는 안전기준 강화, 징후 감시가 중요하다.
건축법에서는 공공시설과 아파트를 포함한 3층 이상, 연면적 500m2 이상인 건축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2015년 말 기준 제주도내 공공시설물의 내진설계는 대상 건축물 1142곳 중 약 45%가 적용돼 있다. 민간 건축물의 경우 대상 2만1358곳 가운데 약 31% 적용에 그치고 있다. 학교시설은 더욱 심각하다. 대상인 181개교 287동에서 내진설계 및 보강이 이뤄진 곳은 20% 수준이다.
내진설계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도민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시설이 있다. 따라서 공공시설과 건물 등은 위험등급·중요도 등을 고려해 우선 보완하고, 민간분야는 각종 인센티브 지원 대책을 통해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두 번째는 대비단계다. 주요활동은 재난관리정보시스템 구축, 긴급지원체계 구축, 행동매뉴얼 정비, 응급대응체계 정비 등이 있는데, 지진피해 저감을 위해서는 행동요령 등 대국민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
지진 예측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한, 지진은 전진·본진·여진 등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본진을 특정하는 일도 쉽지 않다. 이번 지진은 1978년 기상청 계기관측 이래 최대 규모였다. 규모 5.8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발생 가능한 모든 위험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스스로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는 대응단계다. 주요활동은 재난상황 보고체계 구축, 지자체 및 관계 기관의 대응체계 조정·지원, 재난 예·경보 전파, 관계기관 협조·지원 체계 구축, 이재민 대책 및 구호물자체계 구축, 민·관 협력체계 구축 등이 있다.
특히 지진은 촌각을 다투고 피해가 대규모일 수도 있는 만큼 일정 규모 이상은 국민에게 즉각 알려야 한다. 대처요령 알림도 중요하다. 국민들은 평상시에 재난유형별 대처요령을 모두 숙지하지 못한다. 따라서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중앙과 지역 재난안전대책본부 또는 언론매체는 피해 상황과 대처요령을 강제적으로 전파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넷째, 복구 및 수습체계와 관련된 것이다. 주요활동은 합동조사단 구성·운영, 피해보상 및 재난복구비용 지원 등이 있다. 지진 피해는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이고, 다음은 과학적 현장조사와 발 빠른 현장지원이다.
이런 문제는 민간의 인력과 자원을 활용, 대비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의 전문가·자율방재단 등의 운영을 상시 점검해야 한다. 또한, 제주도는 세계적 관광지인 만큼 방문객들에 대한 고품질의 재난구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제주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도내에 산재한 편의점·대형마트 등의 물자를 활용한 ‘제주형 재해구호물자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재난관리 4단계 활동의 목적은 피해의 최소화다. 제주지역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지만, 섬이라는 취약한 재난환경에 놓여있다. 우리는 경주 지진 문제를 교훈으로 삼아 제주지역의 재난관리체계를 단계별로 진단하고, 지진 대응매뉴얼과 대응체계에 대한 문제를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