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대표적 플리마켓’ 벨롱장의 위기
‘제주 대표적 플리마켓’ 벨롱장의 위기
  • 최한정
  • 승인 2016.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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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한정 제주예술동행 대표

최근 몇 년 새 획기적 성장
여름엔 130셀러에 방문객 2000명
지역경제 활성화 성공적 모델

최근 식음료 판매 자제 공문
일자리·토산품 차원 접근 아쉬워
제주의 벨롱장 위한 지혜 기대

수년 전부터 홍대 앞을 상징하는 ‘홍대 앞 예술플리마켓’은 한국형 플리마켓을 대표한다. 이미 런던의 포토벨로마켓, 파리의 포르트 드 클리냥쿠르, 도쿄 요요기공원의 벼룩시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플리마켓이다.

플리마켓이란 중고물품을 사고팔거나 교환하는 장터를 의미한다. 최근 몇 년 새 제주에서도 자리를 잡아가는 플리마켓은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작품을 선보이며 창작품이나 수공예품 등을 팔고, 농수축산품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장터로서 ‘파머스마켓’이 더해지면서 주민들 사이에 하나의 문화적 공간으로서 소통이 일어나는 곳의 대명사가 됐다.

현재 도내 여러 곳에서 열리는 플리마켓 중 대표주자로 구좌읍 세화리의 ‘벨롱장’이 있다. 몇몇 이주정착민이 재능을 발휘해 만든 수공예품을 파는 둥, 마는 둥하며 시작이 됐지만 지금은 가장 규모가 크다.

벨롱장 운영진의 노력으로 이제껏 시골 지역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수준 높은 수공예품과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토속 먹거리만 셀러만으로 제한하는 차별적 기획에 힘입어 인파가 몰리고 있다. 벨롱장은 일상의 열린 공간에서 다양한 창작자들과 구매자들이 만나 소통하고 교류하는 자생적 예술시장이자 작은 축제의 장이다. 3년 만에 일상과 예술의 경계에서 창작자와 소비자들의 벽을 허물고 문화적 생산과 소비의 모범적 모델이 됐다. 올여름 ‘성수기’엔 130여 셀러가 집결하고 2000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찾는 등 호황을 누렸다.

덕분에 지역 마을풍경 속에서 관광객 찾기가 쉬워졌다. 종일 외지인들이 찾아드는 환경으로 변화되면서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있다. 분명히 지역경제 활성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역 주민과 행정의 관심도 지대해졌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다고 미처 대비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몰려 온 인파의 차량을 수용할 만한 도로와 주차장이 당장의 과제가 됐다.

게다가 최근 지자체 관할 부서는 식음료 판매행위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왔다. 이주정착민들 스스로 플리마켓이라는 성공적인 경제모델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식음료 판매를 사실상 제한하겠다는 예고로 보인다.

제주특산물로 만들어지는 식음료에 대한 영업허가의 형평과 준법여부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수공예품들과는 다르게 식음료는 대부분이 위법으로 인식하고 있는 탓이다. 도내 민속오일장의 경우 식음료판매 코너는 어디나 있고 인정되고 있다. 특히 식음료판매는 전통오일장의 분위기를 돋우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부족한 주차장은 주변 공터를 활용해 개선되고 있다. 무질서한 교통 문제는 인력을 투입,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식음료 판매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던 이주정착민들에게 오랜 숙련도가 필요한 수공예품과 달리 식음료는 생산과 판매가 비교적 쉽다. 그래서 농수축산물 의존도가 높은 제주 산업구조상 새로운 대안으로 생산자-소비자간 직접거래의 창구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현실에서 청년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품브랜드 1개가 아쉬운 마당에 모처럼 불같이 일어나는 플리마켓의 경제적 효과를 경직된 잣대로 경솔히 꺼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점포를 갖출 수 없는 한계상황을 감안한다면 플리마켓에게 고정시설을 마련해 주고 정상적인 영업허가의 요건으로 유도하는 탄력적인 행정이 아쉽다. 당장 플리마켓의 식음료 판매만을 문제를 삼는 것은 세련되지 못하다. 제주특산물로 만들어지는 식음료는 토산품 신규 개발 차원에서 다루는 지혜가 담긴 행정의 시각과 선용을 기대한다.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활성화에 기여한 공이 큼에도 불구하고 진중하지 못한 공문에 담긴 메시지 하나로 모든 것이 망쳐질 수도 있다. 세계적인 플리마켓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저력은 셀러들의 힘만으로 될 수는 없다. 자생적 예술시장이자 작은 축제의 장을 민관이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는 융화된 결과로 만들어보자. 런던에 없는 먹거리 없이 자리한 포토벨로마켓이 있다면, 제주에는 벨롱장이 있음을 자랑삼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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