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에 추억을 새기다
나의 고향에 추억을 새기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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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국제자유도시 제주, 평화의 섬이면서 세계속에 우뚝 서고 있는 제주도에 대학생 59명이 모였다.
이번 여름 방학은 8월 17일에 있을 APEC Youth plaza의 참여자로서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는 와중에 제주도 하계향토학교는 나에게 몸과 마음의 휴식을 줄 것만 같았다. 향토학교에 오기 며칠 전부터 새하얀 구름과 그와 대비되는 새파란 하늘을 생각하면서 지친 몸을 추스르곤 하였다.
입교식 및 기념촬영을 하고, 문재선 씨가 준비한 이벤트가 있었다. 빙고와 조별 게임을 통해서 다른 친구의 이름을 외우기도 하고, 춤 잘추는 언니를 보며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고, 서로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처음보다는 서로의 마음에 한두 발짝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징을 이름과 매치시키면서 이름을 외우려고 했던 문형석 오빠-나중에는 학생회장이 되었다-의 목소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둘째 날, 아침부터 잠을 깨우는 음악소리에 살포시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아침식사를 하고 나서는 그 짜증도 달아나고 오늘은 무엇을 보게 되고 경험하게 될까 하는 설레임이 마음속에 가들 찼다. 이날은 제주대학교로 갔다. 거기서 풍물놀이 공연을 보고, 악기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재외제주도민 9명 정도가 악기 앞에 한 명씩 앉아서 풍물팀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았다. 어색해하면서도 신기해하고, 따라해보고 싶어하는 외국 친구들의 눈빛과 행동이 참 이뻤고, 이렇게 서로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 감사했다.

셋째날은 7월 31일 일요일이었다. 전날 밤에 천둥 번개을 동반한 거친 비가 내려서 정해져있던 한라산 등반이 잠시 취소되기도 하였으나, 막상 일요일 아침이 밝았을 땐 해가 쨍쨍하게 비추고 있었다. 등반을 가기 싫어서 은근히 비오던 날씨에 기뻐하던 친구들의 표정이 다시 일그러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때 한라산 등반을 하지 않고, 성묘를 핑계삼아 큰댁에 다녀왔다. ‘푸른하늘’이라는 단어가 식상한 단어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제주도의 하늘을 보면 정말 “푸르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어디서도 이런 하늘을 본 적이 없다. 푸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과 녹음이 짙어진 산과 길거리 풍경을 보면서, 제주도에 와서 교사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8월 1일 월요일을 아침부터 매우 기대가 되는 날이었다. 선상체험을 하고, 해수욕장에 가기로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제주항에 가는 동안 남녀할 것 없이 팔에 목에 얼굴에 선크림을 바르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어제 한라산 등반을 갔던 친구들이 햇빛의 따가움을 한 번 맛보았기 때문에 오늘은 단단하게 대비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고보니, 벌써 친구들이 목 둘레와 팔뚝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친선의 밤, 캠프파이어와 촛불의식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아직도 서로가 어색하지만, 손에 들고 있는 촛불을 교환하고 인사를 나누면서, 아슬아슬하게 서로를 이어주던 마음의 실이 어느새 단단해져 끈끈하게 동여매주었다. 비록 말이 안통하기도 하고, 문화가 다르기도 하여 미미한 갈등이 있기도 했고, 의사소통의 불편함도 있긴 했지만 그런 것은 우리에게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동안 내 고향 제주에 대하여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게 되었고, 제주도의 세계 도약의 가능성도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부모님도 제주도에서 태어나셨고, 나도 여기서 태어났지만, 바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제주도 토박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늘 ‘말’로만 고향이 제주도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니까 나에게 고향으로서의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가져다 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 기간 동안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면서 대한민국에서 제주도만이 갖추고 있는 특수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파으로 몇 년 뒤면 사회생활을 하게 될텐데, 제주도에 계신 친척분들, 그리고 이번 행사에서 만난 친구들, 어니, 오빠들, 동생들이 서로서로 앞으로의 삶에서 지원자(supporter)이자 동반자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바람과 돌과 여자가 많은 제주, 21세기 국제자유도시 제주, 한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제주, 난 내 고향 제주를 사랑한다. I love Je-ju. 그리고 We are Je-ju!

오 영 미<대구교육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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