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들도 우리 자녀입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도 우리 자녀입니다”
  • 강성균
  • 승인 201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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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신호’ 외면하고 사실상 방치

동등한 지원 및 편견 해소도 필요

종종 ‘어른의 책무’에 대해 고민을 한다. 학교 안 학생들에 대해서는 보호와 교육의 책무를 당연시 하면서도 이른바 ‘문제아’라고 불리며 학교 밖으로 내몰려진 ‘학생’들은 외면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같은 또래임에도 ‘학생’과 ‘청소년’으로 따로 부르며 학교 안과 밖을 뚜렷이 구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국적으로 연간 6만~7만명이 학교를 떠나 ‘학교 밖 청소년’이 되고 있지만, 이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면서 지내는지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지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게다가 학업중단 청소년의 범죄율이 23.8%로 재학생의 0.7%보다 34배나 높다고 한다. 그만큼 학교 밖 청소년들이 비행과 범죄의 환경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만한 사회복귀에 실패한 청소년들이 다양한 사회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 어른들이 똑바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

그나마 도내 상황은 낫다고 한다. 도내 학업중단 학생은 2012년 608명에서 2013년 584명, 2014년 483명과 2015년 425명 등 지속적인 감소세다. 그런데 고등학생은 어떤해는 전년 대비 55명 등 감소하는 반면에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줄지 않고 있다고 하니 걱정이다.

문제는 아이들 보다 어른들이다. 도내 학교 밖 청소년의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은 재학 당시 ‘학교 중단 고민’을 상담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끊임없는 ‘구조신호’를 보냈지만, 어른들은 그 신호를 간과 또는 무시하는 바람에 그 아이들을 보호할 시간을 놓쳐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문제는 또 있다. 어른들은 그간 눈에 띄는 곳만, 빛에만 반사를 하고 박수를 치면서 만족감을 누리려고만 했을 뿐 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내몰리기 이전에 학교라는 공간에서 자존감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성적이라는 유일한 잣대로 인생의 행복을 운운하는 시스템 속에서는 개인의 개성과 자신의 고유한 가치가 사장되기 십상이다. 입시에 매달리며 등급을 매기는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불행으로 내몰리고 있음은 주지의 상황이다.

우리에게 바로 닥친 ‘알파고 시대’에, 개성을 가진 아이들을 학교교육의 테두리에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기 판단과 개성을 키울 수 있는 힘을 억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의 교육 현실을 반성해야 한다. 지금 여기에서 ‘확실하다고 믿는 것이 다른 곳이나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재정비를 해야 할 것이다.

당장, 학교 밖 청소년들이, 일반학생에게 주어지는 무상급식이나 건강검진 등의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방안이 필요하다. 다양한 문화예술 관람 및 공모전, 지역사회의 혜택이 학생증이 아니라 청소년증으로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학교 밖 청소년을 향한 사회적 편견도 없어져야 한다. 진학이나 취업 등 어떠한 이유로든 학교를 떠났다 해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즐겁고 당당하게 미래의 삶을 준비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특히 학교 안팎의 유기적 협업관계를 형성, 스스로 선택한 진로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본래 목적을 회복하는 것이다.

‘학교 밖’에 있든지 ‘학교 안’에 있든지, ‘학생’이나 ‘청소년’이나 모두 우리의 자녀들이다. 똑같이 자존감을 갖고 인정을 받으면서 성장해야할 미래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들이다.

이제 우리 어른들이 나서야 한다.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적절한 시점에서 골고루 지원해 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역량을 키워 나가는 사실을 인식, 행동으로 보듬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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