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절(仲秋節)을 맞아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제주를 찾은 가운데, 50대 중국 관광객이 도내 한 성당을 찾아 ‘묻지마 살인’을 저질러 제주지역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지금까지 관광지나 식당 등 상가 주변에서 중국 관광객의 범행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연고가 없는 종교 시설을 찾아 칼부림까지 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서부경찰서는 60대 여성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혐의(살인죄)로 중국인 첸모(51)씨를 사건 발생 7시간 만에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첸씨는 17일 오전 8시50분께 제주시 연동에 있는 모 성당을 찾아 혼자 기도하던 김모(62)씨를 수차례 칼로 찌르고 서귀포로 달아났다가 검거됐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예기치 못한 참변을 당한 피해자 김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마쳤으나 18일 오전 8시 20분경 끝내 숨졌다.
이번 범인 검거는 성당과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첸씨는 지난 14일 입도해 오는 22일 출국할 예정이었다. 만약에 CCTV가 없었다면 자칫 미궁(迷宮)으로 빠질 뻔한 사건이었다. 특히 경찰서장까지 나선 신속한 검거로 갖가지 추측들을 잠재운 경찰의 공로가 매우 컸다.
경찰 조사결과 첸씨는 “전(前) 부인들의 외도로 제주에 기분을 풀 겸 여행을 왔다가 성당에서 김씨를 보고 전 부인이 떠올라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여성혐오 범죄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한편 첸씨가 왜 흉기를 갖고 성당에 들어갔는지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계속 조사 중이다.
중국인 관광객의 급증과 비례해 이들의 범죄 또한 갈수록 늘고 있으며 수법도 점차 흉포화 되고 있다. 이달 9일만 하더라도 관광차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8명이 음식값 시비 끝에 식당 주인과 만류하던 손님을 무차별로 집단 폭행해 큰 물의를 빚었다. 또 지난 3일에는 식당에서 행패를 부리고 종업원을 협박 폭행한 중국인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에 따른 도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중국관광객 유입도 좋지만 도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당부다. 중국인 무사증(無査證) 제도에 대한 비판도 터져 나온다. 심지어 돈 몇 푼에 제주도민들을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해서는 외국인 관광 전반에 대한 불신(不信)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제주자치도 등이 나서 제도 개선 등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