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인천시 동인천역 인근에 횡단보도가 설치됐다. 이곳은 10여 년 전부터 횡단보도를 설치해달라는 시민들의 민원이 잇따랐다. 하지만 행정과 경찰은 인근 지하도상가 상인들의 반대 등을 이유로 이를 불허(不許)했다.
상황은 2013년 한 주민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달라졌다. 인권위는 “장애인과 노인 등 보행 약자(弱者)의 이동권이 제한되고 있다”며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를 열 것을 권고했다. 이후 심의위원들은 현장조사 등을 거쳐 횡단보도 설치안을 통과시켰고, 인천시는 즉각 조치를 취했다. ‘상인들의 상권보다 교통약자의 보행권을 우선시’한 뜻 깊은 결정이었다.
이와 똑 같은 상황이 제주시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하상가 보수 공사로 임시 횡단보도가 설치됐다가 다시 철거된 중앙사거리 시청 방향 구간이 바로 문제의 장소다.
공사 관계로 임시 횡단보도가 설치됐던 석 달 동안 어르신과 장애인들은 ‘행복(幸福)’했다. 길을 건너는데 10여 초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날로 돌아간 지금, 180m 떨어진 횡단보도 이용 시 8~12분이 소요된다. 교통 약자들의 입장에선 여간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횡단보도 설치를 반대하는 이는 지하도상가 상인들과 일부 버스기사다. 상인들은 “횡단보도 설치로 지하상가가 침체하면 상인들은 뭘 먹고 사느냐”는 이유를 내세운다. “사고 위험이 높다”는 건 버스기사들의 말이다.
이들의 주장에서 그 어떤 합리적인 근거나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중국관광객 급증으로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자신들의 잇속을 더 채우기 위한 집단(集團) 이기주의, 그리고 교통사고에 따른 책임 회피성 반대일 뿐이란 게 대다수의 시각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해당 구간은 지난 2007년 장애인과 노약자 등 교통약자와 시민들의 통행불편 해소를 위해 횡단보도 설치가 필요하다고 교통시설심의위원회가 가결(可決)까지 한 곳이다. 그런데도 제주시는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며 ‘눈치보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제주시에 묻고 싶다. 보행 약자들의 최소한 권리(權利) 및 시민 편익보다, 목소리 큰 상가 상인의 이익이 그렇게 더 중요한가. 이런 인식이라면 제주시정의 존재(存在) 가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