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공무원 산업화시대 최적화
미래 성장동력 위한 변화는 당연
최근 제주사회에 행정이 허용한 개발행위 자체가 뒤엎어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것도 계획 단계가 아니라 완공 단계에서 ‘없었던 일’이 되고 있다. 제주의 미래를 위해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다는 측면에선 다행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세심하게 신경을 썼더라면 ‘잘못된’ 공사를 하는 일이 애초에 없었을 것이어서 안타까움이 크다. 원상복구 등의 조치를 취한다 하더라고 당초 공사를 위해 예산이 투입되고 자연이 훼손됨은 물론 원상복구 등 ‘개선’ 과정에서도 자연에 생채기가 불가피하고 예산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게 용머리해안 시멘트 교량에 의한 경관훼손 문제와 애월읍 곽지 과물해변 해수풀장 조성사업 변상문제로, 현재 제주지역 사회에서 화두다. 공통점은 2곳 모두 제주의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비경에 어리석은 인간들의 졸속행정으로 ‘부적절한’ 다리와 인공풀장을 조성했다는 점이다. 결국 도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민원이 봇물처럼 터지자 이를 디자인 업그레이드 또는 원상복구하고 있다.
제주의 청정자연을 보존하자는 제주도정의 슬로건을 이행하고 따르자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현재 도민들의 관심은 과물해변에 많이 쏠려 있다. 제주시가 지구단위계획 변경 절차를 미이행했다는 이유로 감사위원회에 의해 관련 공무원들에게 변상금 부과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변상금 부과가 부당하다. 왜 고위직은 다 빠져나가고, 하위직에게만 변상금을 물리느냐? 검찰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행정 담당 공무원들은 “‘적극행정’의 결과가 이런 식이면 앞으로 ‘소극행정’으로 행정에 임할 수 밖에 없다”면서 도민을 볼모로 협박 아닌 협박까지 하고 있다. 용머리해안의 경우도 공유수면 시설물 설치 관련 행정절차를 미이행 했다는 이유로 감사위원회에서는 비슷한 결과가 나올 공산이 크다.
문제의 본질로 돌아와서 살펴보자. 공무원의 절차상 미이행에 따른 감사위원회의 조치는 부차적인 것이고, 핵심은 특정 민원을 처리하면서, 제주의 청정하고 수려한 경관과 상충되었을 때 이를 어떻게 지키고 보존할 것인가에 있다.
원론적으로는 당시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 용머리해안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안전한 교량’을 설치하고, 곽지과물해변의 지역주민들에게 ‘숙원사업’을 원칙적으로 처리했을 뿐이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책임행정’을 했는데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문제는 ‘책임행정’이 이 시대 공무원의 절대지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융복합시대를 맞이하여 ‘융합행정’을 구현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이러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 자명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교량을 설치한다는 의미가 ‘안전’이 절대지표지만, 융복합시대에는 ‘안전’은 기본이고 ‘심미성’ ‘편의성’ ‘랜드마크’ 등 다양한 융복합 지표가 포함돼야 한다. 정보화시대의 공무원들이라면 이에 대한 준비가 스스로 돼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광속으로 변하는 세계 트렌드에 맞춰 제주도를 ‘스마트시티’,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로 만들 것이라고 설파하고 다니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공무원들은 아직인 것같다.
현재의 공무원들은 과거 산업화 시대에 최적화된 인재들이란 느낌이다. 제주도정 또한 이들을 융복합인재로 양성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없이, 과거의 업무평가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는 융복합행정 구현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시대가 변했다. 과거 공무원의 우수지표인 ‘책임행정’을 넘어선 ‘스마트행정’ ‘융복합행정’을 구현하기 위한 제주도정의 전반적인 인재양성 정책 및 업무평가 시스템설계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전기차·신재생에너지·스마트관광 등 제주도가 추진하는 미래핵심성장동력에서 ‘제2의’ 용머리해안·곽지과물해변 사태를 피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