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90% 이상 인건비, 공연은 8900여만원 불과
적은 예산·획일적인 연습시간…“노력 않는 것 정상”
최근 조지웅 제주도립제주합창단 지휘자 계약해지 과정을 통해 예술단원들의 복무와 실기평정에 대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관이 운영하는 예술단의 단원들을 공무원으로 봐야 하는 지, 아니면 예술가로 자유롭게 운용해야 하는 지가 핵심이다. 이에 본지는 제주예술단 단원들의 겸직과 복무규정, 단원평가 체제 등을 여러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공립예술단은 1960년대 정부가 예그린악단을 발족하면서 시작됐다. 공립예술단은 한 때 국민들에게 예술단 공연이 전부였을 만큼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었지만, 현재는 다양한 대중매체와 공연의 빛에 가려 그 명성을 조금씩 잃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립예술단이 국민들에게 해야 할 임무는 각 지역마다 대표성을 띄는 공연 개발 및 문화 예술 발전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제주예술단 단원들은 예술단 연습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을까. 제주예술단 단원들의 소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다. 제주도립예술단 조례·규정에 따르면 예술단원들의 1일 근무시간(연습시간)은 공연연습 시간을 포함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정해져 있다. 다만 이 연습시간 중 단원 및 사무국 단원이 휴가, 조퇴, 외출 등을 원하면 각 예술단 사무장 및 단무장의 허가를 받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각 차이만 있을 뿐 제주예술단 단원들은 이 연습시간은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예술단체 특성상 충분한 개인연습 시간이 필요함에도 현재 제주예술단 내 개인연습 공간은 부족하고 기량을 늘리기 위한 연습시간도 주어지지 않은 채 리허설(합동) 연습만 이어지기 때문이다.
연습시간 문제는 제주예술단이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단체이기 때문에 본인의 기량을 늘리는 연습은 각자 알아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과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획일적인 연습시간을 정하는 것은 예술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의견 등이 상충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타 지역의 경우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시간을 조정 할 수 있도록 해 예술단원들의 연습 시간을 자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수의 활동을 제약할 수는 없지만 예술인의 특성상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해 제주지역에서도 예술단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이유다.
이와 함께 제주예술단 공연에 투입되는 적은 사업 예산도 질 좋은 공연을 양산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제주예술단 중 제주교향악단과 제주합창단의 전체 예산은 54억여 원이다. 이중 인건비 52억 9500여만 원을 제외하면 연주 운영비로 사용되는 금액은 8950여만 원에 불과하다. 이 금액을 다시 교향악단과 합창단이 나눠 사용하며 연간 약 40회(정기연주회·기획연주회 포함)정도의 공연을 하고 있다.
오랜 시간 예술단에 편성된 예산이 대부분 인건비로만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은 사업비로 좋은 공연을 양산 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제주예술단 관계자 A씨는 “이런 상황들이 지속되면서 일부 단원들 사이에서는 굳이 개인 연습을 통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정상이 되어 버렸다”며 “행정이 어느 정도의 공연 예산은 확보해야 실력 좋은 협연자들을 모시고 공연을 할 수도 있고, 질 높은 연주가 완성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