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뻥’
어리석고 약한 생명체 생각
자살 폭탄테러 지구촌서 잇따라
우리나라도 나라꼴이 가관
배운 놈·가진 놈·힘센 놈들 허튼짓
책임지려는 ‘리더’가 없다
인간들은 스스로 신통한 존재라며 만물의 영장이라 ‘뻥’을 치고 산다. 하지만 인간처럼 불완전하고 어리석고 약한 생명체도 없어 보인다.
얼마 전 외국에서 20여 년 살다 이주, 산방산 자락 덕수리에 옛 농가를 수리해 사는 이가 있다. 비교적 넓은 이 집 마당 한 복판에 작은 연못이 있어 부러워하던 참이었다. 맹꽁이가 찾아와 알을 낳고 잠자리며 새들이 날아들어 건강한 먹이 사슬이 형성되는 소중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집 마당의 연못을 메우고 꽃밭을 만들었단다. 근처에 둥지를 틀었는지 가끔 마당에 등장하는 뱀이 무섭고, 맹꽁이들이 밤낮으로 울어대는 통에 시끄러워 못살겠다는 이유였다.
연못에는 늘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과 수생식물들이 있기에, 새들이 날아들고 맹꽁이가 찾고, 이들을 먹이사슬로 뱀이 등장한다는 것은 마당의 생태계가 너무나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런 생태계의 중심인 연못이 사라지고 말았다.
자연이 망가진 도시에 살면서 자연이 낯설어진 인간의 몸과 마음이 연못을 없앤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 소음은 잘만 감내하면서도 자연의 소리인 맹꽁이 울음과 수탉의 새벽 홰치는 소리는 견디기 힘들어 한다.
언제부터 뱀이 인간에게 무서운 동물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진정으로 인간 스스로 자연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자연 속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자기와 동등하게 귀한 존재로 여긴다면 뱀을 무서워 할 이유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밀림의 성자 슈바이처가 아프리카 오지에서 만난 식인종들에게 “당신들은 왜 사람을 잡아먹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 원주민이 되물었다. “당신들은 왜 먹지도 않으면서 사람을 죽이냐”고.
세계 도처에서 끔찍한 대규모 테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를 생각하며 농반진반으로 알고 지내는 신부님께 한마디 했다. “IS며 알카에다도 천당이 없다면 이러지 않을 텐데, 천당을 믿고 자폭테러를 쉽게 하는 것은 아니겠냐”고.
만물의 영장이라면서 인간은 자기 생명을 스스로 버리는 자폭테러를 성스러운 순교라 착각하고, 죽는 순간 신과 함께 천국에 있을 거라는 망상으로 계속하고 있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이제 세상의 모든 종교는 솔직해져야 한다. 면죄부를 팔았던 중세 교회처럼 천당과 지옥을 파는 ‘종교장사’로 돈 모으는 일 그만하고 “어리석은 인간이 생각하는 환상 같은 천국은 없다”고 공식 선포해야 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이다.
한반도의 윗동네 아랫동네는 물론이고 그럴듯해 보였던 미국·일본까지도 나라 돌아가는 꼴이 말이 아니다. 원칙과 상식, 진실과 정의는 어디로 숨었는지 요즈음 이 사회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정치·종교·경제·교육·언론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배운 놈, 가진 놈, 힘센 놈, 천당까지 챙겼다는 놈들의 속 보이는 허튼 짓거리들이 연일 연출되고 있다.
말 그대로 가관이다. 가장 몸가짐이 정갈해야 할 청와대 민정수석님, 성매매 범을 판결해야 하는 성매매 판사님, 법 앞에 자기들만은 예외인 검사님들, 기레기(기자+쓰레기) 소리 듣는 기자님들, 돈을 쌓아놓고도 허구한 날 세금 ‘삥땅’치는 회장님들, 뒤에서는 별 짓 다하면서도 거룩함의 가면을 쓴 성직자들. 사랑해야 할 제자를 성추행뿐만 아니라 고문까지 하는 교수님들, 입만 열면 민생을 걱정한다며 국민은 안중에 없는 국회의원님들, 국민을 개돼지라 여기며 군림하는 고위공직자들이 ‘주인공’들이다.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았고 우리 사회가 주는 온갖 혜택은 독점하면서도 자기들은 여전히 갑이고 국민들은 “갑이 지시하는 대로 살아야 하는 개돼지 같은 을”이란다.
기가 막힐 따름이다. 노자의 도덕경은 이렇게 말한다. “나라의 허물을 받아들이니 사직의 주인이라 하고, 나라의 상서롭지 못한 것을 받아들이니 천하의 왕이라 한다.” 주인은 허물을 받아들이는 자고, 리더는 책임을 지는 자라는 말이다.
참다못한 ‘우리의’ 고딩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5년짜리 정부가 오천년 역사를 왜곡하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