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이는 언론인 출신 신경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었다. 이 법안은 퇴근 후에 전화나 문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업무를 지시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신경민 의원실은 지난 6월 법안 발의와 관련 “근로자들의 ‘메시지 강박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근로자의 사생활(私生活)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당시부터 이를 둘러싸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았다.
업종과 직종에 따라 상황이 다른데 일괄 적용 시 오히려 ‘불법(不法)’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 경각심을 울린다는 차원에선 의미가 있으나, 카톡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란 지적도 있었다.
제주시 공무원들의 단체카톡방(단톡방) ‘소통이’도 이런 상황 속에서 개설됐다. 고경실 시장 취임에 발맞춰 정보공유 및 소통(疏通)을 통해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하자는 게 그 취지였다. 이를 의식한 듯 단톡방에 가입한 직원은 순식간에 600여명을 웃돌았다. 물론 고 시장도 가입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경민 의원의 지적과 같은 맥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시(낮 시간은 5~10분 단위)로 울려대는 단톡 소리에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은 다반사다. 그런가 하면 때로는 밤 10시 이후에도 단톡이 울리는 등 개인의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드는 상황이다.
단톡 내용 또한 신속을 요하거나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독거장애인 가구의 주거환경을 살피고 있다’ 혹은 ‘해안도로 쓰레기를 수거 중’이라는 등등이 대다수다. 일종의 ‘시장(市長)님께 보여주기’ 위한 내용 일색이다.
그렇다고 애써 무시하려 해도 그게 맘대로 안 된다. 혹시 무슨 중요한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조바심 때문에 ‘노심초사’하기 일쑤다. 당초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 단톡이 직원들을 옥죄는 ‘목줄’이 된 셈이다.
작금의 제주시 공무원 단톡은 ‘득(得)보다 실(失)’이 많은 것으로 여겨진다. 차제에 단톡방 운영방법을 개선하던가, 아니면 폐지하는 등의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대통령부터 ‘창조’를 앞세우는 시대에 ‘일사불란(一絲不亂)한 행정’을 바라는 것은 아마도 시대착오적 희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