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행정계층구조 개편이 혁신안으로 확정된 이후 내년 5월30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 제주정가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우선 도의회 진출 희망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초의회가 없어지는 반대급부적 현상이다. “한 마을에서 3명이, 한 읍에서는 무려 8명이 출마 채비를 하고 있는 등 경쟁이 치열해 질것”이라는 얘기들이 무성하다.
한 지망생은 “이제야 말로 도의원들이 제대로 대접을 받으며 지방정치의 주역이 될 시대가 됐다”면서 “이번 도의회는 지역일꾼을 대표한 인사들이 대거 진출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내년부터 뽑히는 지방의원은 유급제다. 도의원의 경우 연봉이 5천만원에서 7천만원까지 된다. 여기에다 제주지역은 ‘지역 특수성’이 첨가된다. 행정계층구조 개편으로 기초의회가 없어지고 도의회만이 남기 때문 이제야 말로 지방의원이 대접을 받는 기회가 도래한 것이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가 될 경우 입법권을 가지게 돼 있다. 이런 경우까지 감안하면 도의원들의 ‘끗발’은 종전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문제는 과연 전문성과 자질을 갖춘 지역 일꾼들이 진출하느냐다. 모름지기 선거란 투표로 결정하는 것이지, 전문성이나 자질에 대한 시험을 치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까놓고 말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득표기술’ 뿐이다.
도내 사회단체 한 간부는 “그동안 우리의 지방의회는 나름대로 긍정적 평가를 받아 마땅하지만 아쉽게도 일그러진 풍경이 클로즈 업 된다. 회기 중 단상에서 호통치고는 저녁에 간부공무원들과 어울려 진탕 술좌석을 벌이고, 제주도 집행부에 큰 명예가 걸린 문제가 발생해도 지방의회는 집행부 편을 들어 침묵하기 일쑤엿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지방의회의 직무유기는 바로 집행부가 보조금 예산을 2중 3중으로 편성토록 방기(放棄)하고 이를 횡령해 먹게 하는 길을 터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많은 도의원 지망생들이 늘어나는 것은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함께 뛰는 현상’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연봉이 얼마가 된다”는 말에 귀가 번쩍 트여 나오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불공보다도 잿밥’에 눈독 들이는 격이다. 이런 사람들이 진출한다면 특별자치도의 도의회도 뻔할 뻔자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