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홍콩·싱가포르 모델로 개발
이제는 창조적 발전전략 필요
도민들까지 참여 핵심가치 발굴
자연 지키고 자원 활용한 개발
도민 삶의 질 향상 기대
도정 일관성·종합성 제고도 기여
제주미래비전 실행계획을 만들고 있는 제주도청과 논의하기 위해 제주에 다녀왔다. 그 과정에서 미래비전을 수립할 당시의 문제의식이 떠올랐다. 제주도의 현재 문제는 무엇이고 제주도민들이 바라는 미래 제주의 모습은 무엇인지, 미래비전 수립의 연구책임자로서 도민과 함께 미래 제주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비전을 만든다고 비전이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들이었다.
제주는 대한민국의 어느 곳보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제주는 ‘사람·자본·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목적으로 한 국제자유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기본전략을 마련하고 대규모 관광개발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투자유치 및 중국인을 포함한 관광객 증가, 지속적인 인구유입 등의 외형적 성장을 달성했다.
눈부신 성과였지만 제주 자연환경의 훼손을 대가로 지불하게 됐다. 투자유치와 대규모 관광개발의 편익이 도외로 유출되고 도민의 삶과 유리돼 오히려 도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주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발전모델을 벤치마킹하고 미래 제주를 위한 밑그림으로 사용해 왔다. 초기에는 이러한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으나, 이제는 세계 어디에도 제주가 따라야할 단일 모형은 없으며 제주만의 창조적 발전전략을 새로이 모색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이런 문제인식에 기초하여 제주도는 기존에 수립된 성장일변도의 계획과 정책의 적합성을 평가하고 향후 100년 이후에도 일관되게 유지될 미래비전을 찾는 작업을 수행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외환경에서 유연하게 바꿔가야 할 것과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가치를 구별하여 제주의 미래를 약속하는 방향성을 찾자는 것이다.
제주미래비전 도민계획단과 미래비전 수립 전문가들은 제주의 핵심가치로 ‘청정’과 ‘공존’을 채택하고 제주의 현안·이슈와 미래트렌드 변화를 토대로 청정과 공존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수단들을 제시했다. 제주의 자연을 지키고, 제주자원을 활용한 개발과 전략들이 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며, 제주의 전통문화와 정체성을 높이는 다수의 정책과 수단들이 포함됐다.
청정과 공존을 핵심가치로 하는 제주미래비전은 향후 도정의 정책방향 설정과 추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나 행정만의 시각이 아니라 도민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도정이 유지·발전시켜야 할 핵심가치를 발굴했기 때문에 도정의 공통적 지향점을 제시함과 더불어 각 분야별 정책이 일관성 있는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한 개개 분야별 도정이 지향해야 할 공통의 가치를 제시함으로써 정책추진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과 보전이라는 상충되는 정책방향을 청정과 공존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그에 기반한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도민과 투자자의 혼란을 야기하는 일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결국 도정의 일관성과 종합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도민이 중요시하는 핵심가치에 바탕을 두고 정책 추진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정책에 대한 도민의 공감대 형성과 도민의 정책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과거보다 용이해 질 수 있으며, 정책의 결과에 대한 도민의 체감도가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고 나갈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시하는 제주, 21세기 인류의 가치와 부합하는 청정과 공존의 제주, 대규모 저가·단체관광객 중심의 관광에서 전 세계인이 찾는 세계인의 제주, 자연·문화·사람에 바탕을 두고 정체성을 갖는 제주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비단 미래비전에서 제시되는 수단뿐 아니라 제주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도민사회와 도의회, 도정에서 논의되고 있다.
미래비전에서 제시하고 있는 정책방향의 제도화와 구체화를 위해 실행계획을 만드는 제주도청 각 부서의 작업 역시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주변여건의 변화로 일부 정책의 변화는 있을지라도 핵심가치인 ‘청정’과 ‘공존’의 가치는 흔들림 없이 유지되어 제주도민들이 바라는 ‘청정과 공존의 미래 제주’를 이루어 나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