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대형유통업체 배만 불리나
‘김영란법’ 대형유통업체 배만 불리나
  • 진기철 기자
  • 승인 201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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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대목 앞둬 1차 산업·재래시장 ‘직격탄’
▲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업종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1차산업 종사자들은 예년 같으면 밀려드는 주문으로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하루를 보내겠지만 올해는 주문이 뚝 끊기면서 선물세트 수요 없이 제수용품 판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에 반해 중저가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대형마트는 김영란법에 별 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사진은 동문수산시장 전경.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추석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치면서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예년 같으면 추석 대목을 맞아 밀려드는 주문 물량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지만,  주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선물세트 수요 기대 없이 제수용품 판매에 기대고 있는 게 전반적인 모습이다.

이에 반해 대형마트는 오래전부터 중저가 상품을 주로 판매해 온 터라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라, 결국 대형유통업체 배만 불리는 형국이다.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감귤농사를 짓는 A씨는 “예년 추석 대목 같으면 한 업체당 400~500만원씩 물량을 주문했는데, 올해에는 한 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품질 감귤을 생산하라고 해서 노력했는데, 상품가치가 커지다 보니 가격 자체를 맞출 수가 없어 낭패”라며 “고위공직자 등의 부패 때문에 힘없는 농민들만 피해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황금향(만감류)인 경우 최근 5㎏에 5만5000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는가 하면 택배비나 박스 등 재료비도 만만치 않아 가격 맞추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

동문수산시장에서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B씨 역시 한 숨이 깊어졌다. 예전 같으면 현재 대목 매출의 50% 정도 올라와야 하는데 판매물량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갈치 선물용(10㎏)인 경우 30만원~40만원에 이르는데 법대로라면 1㎏만 담아야하고,  옥돔의 경우도 수입산이 ㎏당 3만5000원 정도라 달랑 3~4마리밖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원물가격이 있다 보니 상품 자체를 구성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추석 대목을 대비해 많은 물량을 저장해 놨는데, 현금이 묶인 상태에서 물량 처리도 힘들게 돼 생계까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한우농가는 명절을 목전에 두고 가격이 하락하는 기현상이 발생, 법 시행 후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형유통매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2~3년 전부터 전체 70%에 달하는 물량을 2~3만원대의 저가 상품으로 구성, 판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정육이나 수산쪽은 원물가격이 있어 달리 상품가격을 조정해 구성하고 있지는 않다”며 “소비 트렌드에 맞춰 상품판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부정부패를 근절할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1차산업 종사자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 관련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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