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로 인해 많은 골머리를 앓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조선시대의 관행이었던 분경을 들 수 있다. ‘분경(奔競)’이라는 인사 청탁은 ‘분주히 권세가를 쫓아다니며 이익을 다툰다’는 뜻으로 조선시대 이전부터 이어져 온 관행이었으며, 조선 건국 이후에도 여전히 성행했다. 그러다가 정종 원년(1399), 4촌 이내의 친족 등을 제외하고는 일체의 관리가 서로 만나는 것을 금하는 교지가 처음 내려졌으며, 이후 여러 차례의 제도적인 보완이 거듭되다 성종 1년(1470년) 조선의 헌법인 <경국대전>에 규정하게 된다.
현대의 공직문화에서 인사청탁이 법적·사회 관습적으로 허용이 안된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조선시대 이전까지 분경이 관행화돼 있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우리 공직자가 당연하게 생각하며 청렴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련의 관행이 다른 시대의 사람들이 보았을 때, 혹은 공무원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부패한 행위로 보일 수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 내부적으로 공직사회가 부패하다는 응답은 3.4%에 불과했지만, 국민들의 응답은 57.8%나 되었다. 국민들이 볼 때는 부패행위지만, 오랜기간 공직내부의 관습대로 업무를 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정작 부패행위인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영란법이 9월 28일 시행되기로 결정된 이후, 이 법이 국민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까닭은 그만큼 기존의 법과 비교하여 혁신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공무원의 입장에서 이 법이 가혹하다는 블평을 계속할 것이 아니라, 왜 국민들이 김영란법에 대해서 열광할까를 냉정하게 분석 해봐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의 공직문화에서 분경이 관행이었던 것처럼 기존 공직내부의 관습과 타성이라는 가랑비에 우리들 스스로가 옷 젖는 줄 모르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아무쪼록 김영란법을 제대로 알아서 올바른 공직사회 청렴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섬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진정으로 신뢰하고 존경할 수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공무원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