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님과 우도 그리고 나”
“은사님과 우도 그리고 나”
  • 문영택
  • 승인 2016.0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사랑 보여주고 실천하신 분

지역 바로알기 정체성 교육 최선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지난 스승의 날은 아주 각별했다. 정년퇴임 전의 마지막 스승의 날이기도 하거니와 홍조근정훈장을 받는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준식 교육부장관 사이에 앉아 마지막 건배사를 하는 행운마저 얻었기 때문이다.

교육부 공적심사위원회에 제출된 나의 이력은 ‘제주의 정체성 교육에 앞장서는 섬마을 교장 선생님’이다.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직을 내려놓고 우도로 가는 내게 지인은 “그곳에서 어떤 교육을 펼치려 하느냐”고 물었을 때 “답은 현장에 있으니 학교 현장에서 찾겠다”고 말했었다.

우도에는 대문 없는 집이 많다. 이는 이웃과 터놓고 지낼 공간이 많다는 것이고 공동체 문화가 살아 숨 쉰다는 의미다. 우도에서 제주의 ‘삼다삼무’를 떠올린 것은, 정체성 교육에 남다른 애정과 식견으로 업적을 크게 일구신 한 은사님 덕분이다.

학창시절과 교직생활에서 제주 사랑 방법을 몸소 보여준 김찬흡 은사님을 만난 것은 내겐 행운이었다. 40여년의 교직생활에서 제주 관련 역사문화를 그 분이 손수 짓거나 추천한 책들과 말씀 등을 통해서 하나씩 익히고 학생들과 함께 실현하기도 했다.

그런 영향으로 제주 최초의 민속놀이인 ‘원님놀이’를 비롯해 민속가장행렬인 ‘꼬마신랑 장가가는 날’, ‘탐라의 변천사’ 등을 연출·지도했고 한림지역의 역사적 명소를 이어 낸 ‘한수풀 역사순례길’을 기획·개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은사님과 함께 ‘제주교육사와 서귀포여고 30년사’ 등을 편찬하기도 했다.

종종 우도 밤바다 너머로 펼쳐진 환상적인 제주산야를 보면서 산책을 즐기곤 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우도와 제주의 역사문화를 찾아 가꾸는 교육의 일환으로 우도팔경과 영주십경을 알고 체험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실 우도팔경은 김찬흡 은사님이 30여 년 전 우도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할 때 이룬 업적이기도 하다. 밤에 보아도 낮에 보아도(晝看明月과 夜航漁帆), 하늘과 땅에서 둘러보아도(天津觀山과 地頭靑莎), 앞과 뒤에서 찾아보아도(前浦望島와 後海石壁), 동과 서에서 살펴보아도(東岸鯨窟과 西濱白沙) 우도는 하늘이 내린 아름다운 섬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우도팔경. 우도의 비경을 알리는 데 기여한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지가 어연 몇 년이던가.

7월의 어느 날, 우도면장의 초청으로 우도에 오신 김찬흡 은사님 일행과 함께 우도팔경을 다시 둘러보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우도팔경이 알려진 지 33년이 지난 지금, 우도는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그 중심에 우도팔경이 있었다고 우도사람들은 말한다.

영주십경 중의 봄·여름·가을·겨울의 4계절처럼, 우도팔경(+2경) 중의 동서남북 4방위는 균형을 이루며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감을 의미한다. 마치 신라의 어원이 덕업일신 망라사방(德業日新 網羅四方)에서 온 것처럼. 어쩌면 은사님은 다음에 오는 누군가를 위해 남북을 비워두신 것이리라. 그러기에 은사님은 내게 남도비양(南島飛陽)과 북해석문(北海石文)의 2경을 덧붙이는 일도 매우 시의적절하고 소중한 발상이라고 격려해주셨다.

늦었다고 얘기할 때가 적기라는 말이 있듯 우리는 우도의 미래를 다시 준비해야 할 시기를 맞고 있다. 은사님은 ‘우도 아리랑’의 노랫말을 지으시고는 노래로 불리게 하는 것을 우도면에 숙제로 넘기셨다. 본교에서는 학기 초부터 우도사랑 탐험대 동아리를 만들어 우도 도처를 탐험하며 역사문화를 되살리는 일에 사제동행하여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 결과물을 관계부서에 보내어 우도의 역사문화를 알차게 다듬은 일에 일조하려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창의성이고 인성의 결정체다.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을 알아야 현상을 알고 본질을 찾아갈 수 있음을 실감한 나의 지난날의 여정이다. 정체성 교육은 특히 인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높이는 최고의, 최적의 교육임도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