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장난’ 참 나쁜 어른들
‘급식 장난’ 참 나쁜 어른들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6.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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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합동 점검결과 도내 11개 업체·5개 학교 적발
차량 소독 허위 필증에 유통기한 지난 고기 등 납품

제주지역에서 2년간 3번 소독한 차량으로 아이들 식재료를 납품해 온 업체가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같은 방식으로 소독필증을 허위 발급받은 도내 업체가 모두 4곳으로 최종 확인됐다.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은 교육부, 식약처, 농식품부와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지난 4월부터 급식 식재료의 유통 전 과정을 점검하고 최근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에서 총 677건을 적발했고, 제주지역에서는 5개 학교와 11개 업체에서 다수의 문제 사례가 발견됐다. 현재 정부합동점검단은 25일 세종시에서 전국 학교급식 관계자간 긴급회의를 열고 대처 방안을 논의하겠다며 지역별 적발 건수만 공개하고 있다.

본 지가 부패척결추진단 등에 알아본 결과 식재료를 위법적인 방식으로 유통한 11개 업체 중 허위 소독필증으로 위생상태를 거짓 증명한 업체는 4곳, 이들에게 소독필증을 허위 발급한 업체는 3곳으로 확인됐다.

현행 학교급식법은 식재료 보관창고·운반차량에 대해 구체적인 소독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 학교에서 식재료 구매계약 시 공급업체에게 소독을 계약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매월 차량 1대를 청소하는 데 드는 비용 5만원을 아끼기 위해 1만원을 주고 소독필증을 허위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본 지가 앞서 보도한 1개 업체가 도내 105개교에 23억 원 상당의 식재료를 납품했던 것을 감안(8월 24일자 4면 기사 참조)하면 이들 4개 업체가 비위생적인 차량에서 배달한 식재료의 양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이번 제주지역 조사에서 나머지 적발 업제들 중 일부 육가공업체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냉장육을 냉동제품으로 속여 유통기한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윤을 챙겼고, 유통기한이 이미 경과한 제품을 보관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또, 집단급식소판매업 등으로 신고하지 않은 업체가 식재료를 납품하고, 자가품질검사 지침을 이행하지 않은 제조업체도 문제 업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 관계자는 “아이들이 먹을 음식인데도 관련법을 준수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은 곳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학교의 검수 소홀 관행이 이번 식재료 납품 파동을 더 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발주자가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선호하거나 특정 업체와 수의 계약을 맺는 등 구매절차 지침에서 어긋나기 시작하면 업체와의 ‘유착 고리’가 형성돼 이들에 대한 검수 검열이 나태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문제가 발견된 도내 5개 학교에서는 학교급식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한 사례 외에도 지역 업체에서 수의계약해 물건을 받고, 특정브랜드를 기재해 구입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이번 소식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 하고 있다.

여러 학교운영위원회 관계자들은 “유통기한이 지나고 친환경으로 둔갑한 식재료가 어떻게 버젓이 학교 조리대에 오를 수 있느냐”며 “소독필증을 발급해준 업체를 비롯해 구매 업체 검수에 소홀한 학교들에 대해서도 반드시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한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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