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사실상 입도세 부과 추진
우리나라 ‘관광1번지’ 자신감 배경
관광객도 제도 도입 찬성률 높아
쓰레기비용 갹출에 그치지 말고
관광산업 패러다임 바꾸기 방향으로
당국 제도 관철에 역량 집중해야
상품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는 가격 결정력을 강화한다. 소위 ‘명품’은 부르는 게 값이다. 샤넬과 구찌 등 유명 브랜드의 핸드백 가격은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지나치게 비싸다. 원가를 생각하면 구입할 사람이 없을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내 명품 매장은 여전히 성업 중이고, 요즘엔 ‘직구족(해외 쇼핑사이트서 직접 구매)’까지 늘고 있다.
소비자들이 브랜드 물건을 구매할 때 중시하는 것은 ‘가격’보다 ‘로고(상표)’다. 상품의 품질도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다. 이미 제품에 대한 신뢰는 있기 때문이다. 유명 브랜드의 명성은 애초 독자적인 기술로 키워진 품질로부터 시작된다. 거기에 독특한 이미지와 품격이 입혀져 소비자들이 동경하는 상표가 된다. 사람들이 특정 브랜드가 갖는 가치를 인정하고 좋아하게 되면 그 브랜드는 시장 지배력을 갖는다. 유명 브랜드 제품 가격 인상은 다른 상품보다 영업 영향력이 덜하다. 명품의 경우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오히려 비쌀수록 다른 사람이 쉽게 살 수 없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는 역설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브랜드는 국가와 지역적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관광산업을 예로 들면 브랜드 파워를 갖춘 국가나 지역은 관광비용이 다소 올라도 관광객 유치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가 관광객에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사실상 입도세(入道稅)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상품으로 치면 세금을 올려 물건값을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담금 도입 추진의 근저에는 제주가 ‘섬’이라는 특수성에 더해 우리나라 ‘관광 일번지’ 브랜드 파워에 대한 믿음이 있다. 적정한 부담금의 부과는 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담금은 제주 자연환경 수혜자와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원인자부담 시스템 구축이 목적이다.
제주도는 환경부담금 등 도입 논의를 위해 도의회와 관광업계, 시민·사회단체, 학계 관계자 등 24명으로 워킹그룹을 구성했다. 전문가 집중 토론 등을 거쳐 내년 1~3월에 환경부담금 추진방향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제주발전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공영관광지 요금 현실화 방안 연구용역’에서 제주 관광객들은 환경부담금 부과에 대해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관광객 307명을 대상으로 ‘(가칭)환경보존기부금 부과’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찬성률이 69.7%(211명)에 달했다.
부담금 부과 수준이나 법적 근거 마련이 문제이지 환경부담금 도입 자체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최근 제주는 관광객과 외지인구 유입 급증으로 환경·교통난에 직면했다. 날로 늘어나는 쓰레기 처리에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환경오염이 가속화하고, 도심 도로는 주차장화하고 있다. 관광객 등 사회·환경적 수용력 확대를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이 절실하다. 원인자부담 원칙에 입각한 환경부담금 도입이 논의되는 이유다.
그러나 환경부담금은 단순히 쓰레기 등 처리비용 갹출이라는 소극적인 의미에 그쳐서는 안 된다. 환경부담금 부과에는 관광제주 업그레이드를 위한 특별한 각오가 전제돼야 한다. 관광객이 돈을 낸 만큼 제주가 가치를 해야 한다. 지금 제주 해안과 중간산 곳곳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다. 쓰레기 못지않게 관광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은 축산악취다. 환경부담금을 낸 관광객은 축산악취 냄새를 맡지 않을 권리가 있다. 환경부담금 부과 이전과 이후의 제주는 달라야 한다. 일례로 환경부담금 부과를 위한 제도개선을 위해 중앙정부를 설득할 때 축산악취 해결책을 제시했으면 한다.
환경부담금은 관광객의 돈을 긁어내는 데에 주안을 둬서는 안 된다. 제주 관광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국민소득이 향상될수록 국내 관광시장에서 제주의 입지는 좁아질 우려가 있다.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 증가로 제주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청정’ 등 제주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야 한다. 환경부담금은 운용하기에 따라 이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당국은 제도 도입 관철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