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기초학력캠프 43명 참가 ‘소통의 시간’




22일 늦은 밤, 캠프 일정을 마친 아이들이 우르르 방으로 들어가 선생님과 마주앉았다.
1모둠 방문을 열자 강건택 교사가 아이들에게 오늘 활동 중 가장 재미있었던 일을 묻고 있었다.
가장 먼저 손을 든 지윤(가명)이는 씩씩한 목소리로 ‘심성놀이’를 꼽았다. 지윤이는 “학교에 돌아가서 힘들 때 친구들과 이 놀이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심성놀이는 옆 친구와 노래를 부르고 율동하는 시간으로, 캠프 첫날 서먹한 아이들이 마음을 열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이었다.
이번에는 “내일은 어떤 일이 기대되는 지”에 대해 선생님이 물었다.
그러자 승찬(가명)이는 ‘맛있는 밥’을, 산호(가명)는 ‘비행기 보는 것’을, 민건(가명)이는 ‘수영’을 꼽았다.
산호는 “서귀포에서는 비행기가 작게 보이는데 여기서는 크게 보여 신기하다”며 “(비행기를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공항에 데려다 달라고”고 졸랐다. 승찬이도 “오랜만에 맛있는 밥을 먹었다”며 ”내일 메뉴가 기대된다”고 조용조용 말을 이어갔다.
아이들은 일상적인 것들에 관심과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또, 자신이 배운 수영을 친구들에게 가르쳐주겠다는 등 학교 친구들과의 연결고리를 찾고 싶어 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본청 단위로는 처음으로 기초학력 부진학생들을 위한 캠프를 열었다.
22일부터 24일까지 제주시 애월읍 마이테르유스호스텔에서 열리고 있는 ‘놀멍! 배우멍! 함께하는 희망여행’ 캠프에는 도내 4~6학년 43명이 참가하고 있다.
제주교육청은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이 단순히 공부를 멀리하는 아이들이라기보다 가정과 학교에서 더 따뜻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라고 판단하고, 이번 캠프의 방점을 아이들의 자존감을 키우고 사랑과 관심을 안겨주는 쪽으로 잡았다.
이에 따라 3일간의 캠프에는 낯선 친구들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물놀이와 심성놀이, 추적활동 등 다양한 공동체놀이를 구성했다.
캠프 2일차에는 아이들의 고민을 나누기 위한 걱정인형 만들기도 진행됐다.
고민을 적어보세요라는 선생님의 말에 필승(가명)이는 “엄마가 걱정”이라고 썼다. 서윤(가명)이는 “할머니가 밥을 적게 먹는 것”이라고 했고, 지현(가명)이는 “공부를 못 하는 것”, 상윤(가명)이는 “앞날”이라고 적었다.
아이들은 행사 시간 내내 진지한 얼굴이었다. 공부를 잘하고 싶다거나 살을 빼고 싶다는 등 자신에 대한 내용도 있었지만, 가족을 걱정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관심과 사랑이 조금 더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이번 캠프에는 교사 20여명과 제주대 교대에 재학 중인 예비교사 13명이 아이들과 함께 했다.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놀이교사모임가위바위보, 초등리코더교과연구회 등 도 단위의 교과연구회 관계자들이 참여했고 안전을 위해 보건교사, 물놀이 안전요원, 수영 강사 등이 배치됐다. 참가학생 학부모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자녀 학습지도 강연도 이뤄졌다.
멘토교사로 참가한 제주대 교대 3학년 송영빈 예비교사는 “수업실습은 해봤지만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과 캠프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라며 “의미 있는 일에 함께 하게 됐다”고 기뻐했다.
43명의 학생들은 2박3일 짧은 일정을 마치고 24일 다시 세상으로 나간다.
캠프에서 만난 도교육청 이봉화 장학사는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지만 예상보다 훨씬 밝고 호기심이 많아 놀랐다”며 “가정과 학교에서 부모와 교사, 친구들이 이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기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