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온 편지’ 제주 배경으로
‘오사카에서 온 편지’ 제주 배경으로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6.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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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돌문화공원 내 세거리집서 첫 촬영 시작
▲ 오사카에서 온 편지 촬영 모습.

“너 빨갱이지. 똑바로 해라”

열 살 남짓의 어린이들이 4·3 이후 어른들이 자주 하던 말을 따라하며 친구들을 겁박하는 장면을 재연하기 위해 읊어대는 대사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지난 20일 양정환(43) 감독이 이끄는 4·3 다큐드라마 ‘오사카에서 온 편지’가 제주돌문화공원 내 세거리집에서 제주 재연 부문 첫 촬영을 시작했다. 이날 촬영 장면은 어린 인숙 역을 맡은 허의선(9) 양이 부모가 죽고 난 후 홀로 살아가고 있는 ‘남겨진 아이’의 삶을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였다.

‘오사카에서 온 편지’는 다음 스토리 펀딩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언론에 알려졌으며, 4·3 당시 제주에서 일본 오사카로 피난을 떠났다 그곳에서 정착하게 된 재일제주인 1세대 문인숙, 권경식 할머니의 삶을 조명한다. 다만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좀 더 극화시키기 위해 ‘재연’을 통한 영화화를 시도하고 있다.

양 감독은 “이 영화는 제주도민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며 “매번 말했듯 4·3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것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이 영화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 감독은 “스토리펀딩이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연재 조회 수가 생각보다 높았기 때문에 영화의 취지(관심유도)는 달성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 오사카에서 온 편지 촬영 모습.

이 영화는 1948년 4월의 이야기다. 4·3 당시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다음 해, 학살이후의 4·3을 그린다. 4·3이 남긴 또 다른 피해가 아이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더 큰 울림과 여운을 줄 것이라고 감독은 전하고 있다.

특히 촬영지에서 스텝들은 모두 ‘삼베 완장’을 차고 있었다. 4·3때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마음을 지니며 촬영에 임하기 위해 제작한 단체티라고 했다. 4·3을 항상 기억하고 생각하려는 스텝들의 깊은 마음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양 감독은 “4·3 진상규명에 도움이 되고 싶다. 칸 영화제나 베니스 영화제 등에도 출품해서 많은 이들이 4·3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첫 촬영에 앞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촬영팀은 오는 10월 13일까지 제주와 일본 오사카에서 재연 촬영을 마무리하고, 12월까지 편집 작업을 완료해 내년 4월 3일 전국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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