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주택용 전기요금엔 누진세(累進稅)가 적용되고 있다. 100kwh 미만~500kwh 초과까지 6단계로 구분,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이 차등 부과된다. 불필요한 전기 낭비를 줄인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려운 사람들 몫이다.
전기요금과 관련 설마 하던 ‘누진세 폭탄’이 현실로 나타났다. 제주시 연동에 거주하는 고 모 씨의 전기요금 명세표에는 이러한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고 씨네 집의 이번 달(7월14일~8월15일) 전기사용량은 1012kwh, 예상전기요금은 무려 51만2750원에 이른다. 아내가 넷째를 임신해 에어컨을 많이 사용한 건 사실이지만, 전달보다 3배 가까이 오른 전기요금을 보며 그야말로 ‘누진세 폭탄(爆彈)’을 실감하고 있다.
고 씨의 경우 지난 6월에는 3만860원(261kwh)의 전기요금을 납부했다. 그리고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전력사용이 크게 늘어 지난달 전기사용량은 560kwh에 달했고, 요금은 17만3430원이었다.
이달 50만원이 넘는 전기요금을 통보받은 고 씨는 정신이 멍한 상태다. 월급에서 전기료를 빼고 나머지로 여섯 식구가 살아가는 것이 너무 막막한 탓이다. 탁상행정(卓上行政)의 결과물인 ‘누진세의 폐해’가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서민들만 더욱 더 옥죄고 있는 것이다.
정부나 한전 등은 우리나라의 전기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고 말한다. 일견 맞는 것 같지만 국민소득 기준으로 전기료를 비교하면 미국의 2배가 넘을 정도로 한국이 가장 비싸다.
특히 누진세의 경우 최저~최고 구간 격차가 미국 1.1배, 일본 1.4배, 중국1.4배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무려 11.7배의 차이를 보인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 속에서도 대다수 국민이 에어컨을 켤 수 없는 이유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산업용은 싸게 공급하는 대신 가정용엔 누진세를 적용해 막대한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 지난해 한전은 4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 전기료와 누진세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이다.
이달 11일 청와대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오찬을 하며 전기요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그러나 송로버섯과 샥스핀 등을 곁들인 오찬 논란 속에 국민들의 최대 당면현안인 이 문제는 금세 묻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