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를 위한 양보는 안전과 생명입니다”
“119를 위한 양보는 안전과 생명입니다”
  • 임정우
  • 승인 2016.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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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5분 현장 도착률’ 70% 양호
만족할 수준은 아니 ‘제고’에 최선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속담이 있다. 말 그대로 불이 난 곳이 강 저편이니 나와는 별개 일이라는 뜻이다. 무척 이기주의적으로 비쳐지는 이러한 행태가 현재 도로상에서도 벌어지곤 한다.

긴급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며 급히 달려가고 있는데도 자기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인지 길옆으로 양보해주는 자동차는 많지 않다. 일견 사정을 짐작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길은 좁은데 비해 자동차는 많고 다들 자기 갈 길이 바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제주지역 교통량 증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자동차 등록대수는 45만대를 넘어섰다. 불과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고 하루에 104대꼴로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최근 10년 동안 제주 인구는 56만에서 65만으로, 방문하는 관광객은 531만에서 1366만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같은 기간 화재는 12%, 구조는 29%, 구급은 51% 증가하는 등 해마다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열악한 소방의 현장 활동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재난대응 패러다임은 ‘현장중심과 선제적 대응’으로 바뀌고 있다. 재난대응의 성패는 초기대응에 달려 있고 초기대응은 소방차 재난현장 5분 도착률에 의해 좌우된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현장도착률 향상을 위해 선(先)출동시스템 도입, 소방관서 앞 교통신호 제어시스템 설치, 양보의무 위반 및 불법주정차 단속 및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 등의 시책들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으나 제주지역 ‘소방차 5분 현장 도착률’은 70%로 전국 평균 62%보다는 높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소방차 출동지연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양보의무 위반과 불법 주·정차가 주를 이룬다. 실제로 긴급차량에 대한 양보의식은 부족한 게 현실이지만 의외의 감동스러운 광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지난 7일 오후 벌에 7차례나 쏘인 어린이를 태운 119구급차가 조천읍 신촌리 속칭 ‘진드르’ 구간에서 휴가철 차량들로 인해 극심한 정체를 빚고 있었다. 구급대원이 속이 탈 무렵 사이렌 소리를 듣고 자동차들이 하나 둘 옆으로 비켜서기 시작했고 구급차를 먼저 보내기 위한 길이 열렸다.

또한 지난달 26일에도 가슴통증이 있는 80대 할머니를 싣고 달려온 119구급차가 평화로 정체구간을 만나 멈춰 섰을 때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운전자들의 작은 배려가 재난현장 도착을 앞당기고 소중한 생명을 지켜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였다.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기적’이라고 표현해야 하는 우리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소방당국은 도민들의 긴급자동차에 대한 양보의식을 높이기 위해 소방차 길 터주기 공감대 확산, 양보운전 요령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홍보를 추진하는 한편, 고의적인 진로방해나 끼어들기, 양보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처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시장·주택가나 소화전 5m이내, 길모퉁이 등 불법 주·정차에 대응하여 유관기관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외국의 경우 재난현장 ‘5분 대응이론’에 따라 도심지에 소방력을 배치하고 있으며, 민간에 위탁해 강력한 불법 주·정차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캐나다와 러시아는 면허정지 등 실효성 있는 제재규정이 마련되어 있으며, 일본도 우리나라보다 5배나 많은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물론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다. 단속은 최후의 수단일 뿐, 당국의 계도 이전에 도민의 자발적인 협조가 최선이다.

양보의무 준수와 불법 주·정차 근절이 정착되기 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소방관서를 비롯한 행정부서에서는 도민들이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과 소통을 통한 공감대 형성에 노력해야 하고, 도민들은 긴급차량이 우선 통행할 수 있도록 관심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작은 실천이 나 자신, 내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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