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은 이달 14일 안덕면 사계리와 대정읍 동일리, 한경면 고산리 일원 마을어장의 수산생물 생육상태를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동일리 어장에서 일부 소라 등의 폐사(斃死)가 확인됐다.
해양수산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소라 등의 폐사 원인은 저염분수 보다는 고(高)수온의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서부지역 일부 연안해역 표층수(表層水)의 수온이 30°C를 넘어서고, 조류의 소통마저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심이 낮은 곳(5m 이내)의 소라 등이 폐사됐다는 것이다.
이는 수심 10m(수온 23℃)의 경우 생육상태가 정상이라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연구원측은 앞으로 폭염이 지속되면 추가 피해가 우려되나, 시기적으로 수온(水溫)이 낮아지는 시점이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일부 해역에서는 25~26%의 저염분수(低鹽分水)가 확인됐다고 한다. “피해는 우려되지 않는다”고 연구원은 밝히고 있으나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된다. 지난 1996년 제주 서부연안 마을 어장에 19~25%의 저염분수가 유입돼 소라와 전복 등 총 184톤이 폐사해 약 59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던 경험을 우리는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저염분수가 확산된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선 태풍 등이 북상해 바다를 순환(循環)시켜 주길 바라는 방법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런 대책 아닌 대책으로는 언제 닥칠지 모를 저염분수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가 없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차제에 해양수산당국은 저염분수와 관련 과학적인 연구 등을 통해 다각적인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21세기 대명천지에 태풍 등의 자연 변화에만 의존하는 것이 과연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