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의 향연, 그 뒤엔…”
“밤바다의 향연, 그 뒤엔…”
  • 김영희
  • 승인 2016.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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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는 한창 한치철
바다를 밝히는 어선들의 집어등
방파제서 여름밤의 정겨움

바다환경은 아름답지 못해
낚시 바늘에 걸려오는 많은 쓰레기
도민이 주인의식으로 지켜야

한 여름 밤, 지루한 무더위를 날리고 싶다면 밤바다를 보라! 한치철인 요즘 제주 바다에선 어선들이 맛있는 한치를 잡기위해 집어등으로 대낮처럼 훤하게 밝힌다.

관광객들은 이런 야간 풍경에 의아해한다. 행여 “뭐하는 곳이냐”고 물어오면 농담 삼아 “야간 경기장에서 시합중”이라고 해도 믿어버릴 정도다. 밝은 불빛이 간격을 유지하며 떠있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밤바다의 볼거리가 되고 있다.

한치는 그냥 회로 먹어도 맛있지만 회덮밥·초밥·물회 및 술안주로 구워먹어도 맛이 있다. 아쉬운 것은 명물인 한치 요리가 그다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다. 제주인들이 요리에 대해 좀 더 연구를 해야 하지 않나 싶다.

한치 가격은 보통 1㎏에 1만5000원 가량 했었는데 요즘은 2만5000원 정도로 올랐다. 그만큼 한치의 어획량이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어부들은 그런 귀하신 한치를 잡느라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에 질소냐, 마을 포구에 눈치 보며 세워둔 이주민들의 레저보트들도 한치잡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한치 잡으려다 미끼도 없이 갈치를 잡게 되는 행운도 있다.

제주를 대표하는 어종인 갈치와 한치, 그리고 옥돔의 어획량이 줄면서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부족물량은 거의 중국산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심지어 껍데기를 벗겨 반건조 시킨 오징어를 한치라고 속여 팔기도 한단다.

일식집에서는 한치 물량을 확보 하려고 새벽이면 발을 동동 구르며 포구에서 배를 기다린다. 다른 상인들보다 선점해야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제주의 한치 물량으로 일부 식당에선 베트남산 한치를 섞어 쓰기도 한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제주의 한치를 육지 식품업체에서 대량 사들여 팔기 때문에 대형마트 냉동고에는 제주산 한치보다 베트남산 한치를 더 쉽게 볼 수 있다.

유통 과정에서 생산자들은 농협이나 수협보다 육지 상인들에게 좋은 값에 넘기다보니 정작 제주인들은 그 흔한 무 같은 경우도 재고가 없어 더욱 비싼 값에 사 먹어야 할 때가 있다. 봄철, 제주의 여자들이 고사리 채취가 화제라면 남자들에겐 한치 낚시가 대세다.

여자들의 인사가 “고사리 많이 꺾었느냐?” 이면 남자들의 요즘 인사는 “어제 몇 마리나 잡았느냐?”다.

그러다보면 한치를 많이 잡은 사람들은 회를 썰어 마을 사람들과 술을 나누며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다. 그쯤 되면 남자들은 팔뚝을 내밀며 저마다 자기가 잡았던 대어를 뻥튀기하며 손바닥에서 어깨까지 올라간다.

남자들의 짜릿한 낚시 손맛은 여자들의 고사리 꺾는 손맛과도 비슷할 것 같다. ‘내일은 더 많이 잡을 것 같다’는 생각 속에 하루라도 못 가면 “내 한치 누가 다 잡아 간다”하며 허둥지둥 저녁밥을 먹고 나선다.

여름철, 밤낚시의 묘미, 방파제마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모여 삼겹살도 굽고 도란도란 가족들과 여름밤을 굽는 소리가 정겹다. 밤하늘의 별을 등잔 삼아 삶을 낚는 그들, 로또를 낚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겠지만 기다림으로 인생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제주의 바다, 그러나 바다의 환경은 그다지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바다 주변으로 밀려오는 쓰레기가 절로 한숨을 쉬게 한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많은 일곱물에서 열물쯤이면 빠른 물살을 타고 쓰레기더미가 춤추다시피 한다.

고기를 잡는 건지 쓰레기를 잡는 건지 낚시 바늘에 쓰레기가 걸려 나올 때면 기분을 망쳐버린다. 특히, 고기잡이에 쓰는 폐그물은 수거하는데도 힘이 들지만 물질하는 해녀들에게 생명의 위협까지 된다.

어떤 사람은 모터보트 프로펠러에 페그물이 감긴 채 꼼짝 못하고 암초에 부딪힐 뻔한 아찔한 상황을 맞은 적도 있다고 한다. 이 문제점 때문에 어부들이나 레저배 동호인들은 나서서 한 달에 두 번 가량 쓰레기 줍기를 자율적으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름다운 바다에 더러운 쓰레기가 공존한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피서철 관광객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도 문제지만 보면서도 지나쳐 버리는 제주인들의 주인의식 결여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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