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시 공유수면 훼손 사업
잇따라 추진 도민사회 논란
원상복구 등 혈세낭비 반복
도정방침 일선조직 體化안돼
인허가 때 환경 등한시 우려
공무원 환경교육 강화 필요
정부의 투자가 ‘헛돈’이 된 사업은 부지기수다. 최근 불거진 초·중·고 운동장 인조잔디·우레탄트랙 사업을 그 사례로 들 수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학교 운동장에 조성한 인조잔디와 우레탄 유해성 문제로 이를 갈아엎어 교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교육부는 2000년대 들어 학교 운동장 인조잔디·우레탄 사업을 시작했다. 정부는 전국의 초·중·고교 운동장에 인조잔디 및 우레탄트랙 설치에 지금까지 약 48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투자비의 상당액은 헛돈이 될 판이다. 인조잔디·우레탄에서 유해물질 검출로 이를 뜯어내고 재시공에 2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 전망이다.
이 사업 초창기부터 폐타이어 등으로 만든 인조잔디의 유해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공사는 강행됐다. 결과는 참혹하다. 수천억 원을 들여 학생 건강을 해친 꼴이 됐다. 공사 업자의 배만 불렸다. 좀 더 중지를 모아 사업을 추진했더라면 혈세 낭비는 최소화했을 텐데 하는 뒤늦은 후회만 남는다.
지방정부에서도 예산 낭비 행정이 비일비재하다. 멀쩡한 보도블럭을 뜯어내고 다시 까는 것이 여전히 연례행사처럼 진행된다. 도내에서도 보도블럭 교체공사가 시행되는 현장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더 고약한 점은 행정이 제주 자연과 환경 훼손을 수반하는 사업을 진지한 고민 없이 추진하면서 예산까지 낭비하는 것이다. 보도블럭은 예산 낭비에 그치지만 환경은 다르다. 자연은 한 번 훼손되면 원상복구가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행정시가 공유수면과 해안경관을 훼손하는 사업을 잇따라 추진하면서 도민사회에서 큰 논란이 됐다.
제주시는 지난해 12월 사업비 8억원 계획으로 애월읍 곽지 과물해변에 해수풀장을 조성사업에 착수했다. 이 공사는 환경파괴와 위법 시비에 휩싸이며 공정률 70% 상태에서 중지돼 시설물을 철거하기에 이르렀다. 제주시는 또 지난 4월 8600만원을 투입 한림읍 올레 14코스 인근 해안가에 목재데크와 전망대를 설치하다 해안경관 등 훼손 논란에 부닥치자 원상복구했다.
혈세를 들여 공사를 하고, 또 다시 혈세를 투입해 원상복구하는 어이없는 행정이 반복됐다. 사업비는 헛돈이 됐다. 다른 곳에 쓰였으면 유용했을 소중한 재원을 허공에 날렸다. 문제는 원상복구해도 제주자연에 생긴 생채기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연훼손 행정의 압권은 서귀포시 용머리 해안 ‘철제 교량’이다. 서귀포시는 사업비 5억6000만원을 들여 용머리해안 철제교량 설치사업을 추진, 지난 6월 마무리했다. 해안 낙석구간 통제에 따라 탐방객에게 관람 편의를 제공하려는 의도다. 해안 바위에 철제 볼트를 박고 콘크리트를 들이부어 다리를 만들었다.
그런데 용머리해안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자 천연기념물이다. 그런 곳에 콘크리트 등을 이용해 만든 인공시설물 바라보는 도민과 관광객들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비난이 거세자 제주도는 철제교량을 자연친화적으로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교량 준공 1개월여 만에 개선 공사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도 추가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혈세 낭비다.
예산 낭비는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공무원들의 저급한 환경의식이 더 큰 문제다. 천연기념물에 콘크리트를 덧대고, 공유수면을 훼손해도 아무렇지 않다는 담당자의 발상이 아연하다. 현(現) 도정은 ‘청정과 공존’을 제주 미래비전으로 제시했다. 지난 도정은 ‘선(先) 보전· 후(後) 보전’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침은 구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 환경보전의 가치에 반하는 행정행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공유수면 훼손을 막아야 할 행정기관이 오히려 파괴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도정방침이 일선 공무원들에게 체화(體化)하지 않은 탓이다. 이로 인해 개발행위 인·허가 시 공무원들이 환경보존 측면을 등한시할 우려도 있다. 제주 환경보전에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제주환경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환경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청렴만 강조할 해 관련교육을 강화할 게 아니다. 그에 못지않게 환경교육이 필요하다. 행정기관이 앞장서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몰상식은 이제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