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감정을 읽는 ‘감성부모’가 되자
아이의 감정을 읽는 ‘감성부모’가 되자
  • 남진희
  • 승인 2016.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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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조그만 고민
털어놓는 상대가 된 것에 감사
그리고 역지사지로 ‘조언’

좋은 부모라면 자녀 감정 읽어야
아이들 기분은 표정에
스펙보다 소통위한 노력 희망

자신의 일에 매사 총명함을 보이는 한 후배가 “9살 난 큰 딸이 본인 클 때와는 너무 많이 다르다”며 하소연이다. 모처럼 큰 딸과 둘만 있어 학교생활과 친구 이야기를 한참 늘어놓던 딸이 갑자기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하더란다.

“엄마!, 아빠한테는 절대 말하지마. 엄마한테만 고민을 털어놓는거야.”/ “그래. 우리 딸 고민이 뭐야?”/ “우리 반에서 나만 남자친구가 없어.”

말을 듣는 순간 후배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는 걸 겨우 참으며 딸의 나이에는 아직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고 가볍게 말했다고 했다. 요즘 아이들은 다들 너무 일찍 성에 대해 눈을 뜬다며 세대차이로 이야기를 몰아갔다.

그래서 물었다. “후배님은 엄마한테 고민을 털어놓은 적 있어?”/ “아뇨, 없었던 것 같아요.”/ “엄마한테 고민을 말했다고 가정해. 고민을 들은 엄마가 어떤 말을 해주면 가장 좋을까?”/ “고민을 들어주고 저를 위로해주는 말을 해주면 고맙겠죠”/ “아이가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사실은 부모로서 기뻐해야할까? 당황해야 할까?”/ “기뻐할 일이죠.”/ “그럼 후배님은 기뻐했어? 그리곤 고민을 듣고 위안을 줬어?”

세대차이가 아닌 아이와의 소통문제인 것을 깨달은 후배는 잠시 생각하더니 자리를 고쳐 앉았다. “제가 현명하지 못했네요. 아이의 마음을 전혀 헤아려 주지 못한 엄마였네요.”/ “바로 그거야. 자신의 감정을 이해 못한 엄마한테 나중에 정말 큰 고민을 털어놓겠어?”

후배는 그날 일찍 퇴근해 딸을 꼬옥 안고 고민을 털어놔줘 고마웠다고, 엄마도 어릴 적 똑같은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단다. 그 후 엄마를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것 같고 학교생활도 잘하고 있다고 환하게 웃는 후배가 기특했다.

평생교육기관에서 육아법이나 동화구연을 배우는 조부모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손자들을 양육기관에 맡기거나 다른 사람들 손에 키우게 하는 것보다 직접 돌보기 위해서 양육을 자처했다며 자식교육만큼 소중한 농사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자식을 키울 때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줄 몰랐다고들 했다. 늘 바빠서 미안한 마음만 가졌지 단 한 번도 미안하다고 마음을 터놓고 말해본 적도, 투정부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본 적도 없었다고 했다. 손자를 키울 때는 마음부터 헤아려주겠다고 하시니 분명 손자들을 훌륭히 키우실 것이다.

아이의 감정을 읽는데 서툰 부모가 많다. 무감각한 부모들은 감정표현이 서툴고 감정변화가 심한 부모들은 자기감정에 취해서 상대방의 감정을 무시하기가 쉽다.

좋은 부모라면 자녀의 감정을 먼저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아이의 기분은 표정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표정을 살피는 것은 자녀의 기분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하다.

자녀와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감성지수’부터 높여야 한다.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자신의 감정을 잘 느끼고 반응하면 적절한 감정처리도 가능해진다고 했다. 뇌를 운동시키는 것은 감성지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고 매일 자신의 감정을 구별해 행복·슬픔·기쁨·억눌림·초조함 등으로 이름을 붙이는 노력을 하라고 한다. 그러면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게 되고 타인의 감정까지도 점차 읽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높다. 높은 교육열만큼이나 학생들의 학업능력도 뛰어나다. 그러나 학업능력만큼이나 소통능력은 뛰어나지 못하다. 학생들의 소통능력의 부족을 한국의 교육방식의 문제로 돌리기 이전에 가정에서 자녀와 소통이 잘되도록 부모의 소통능력부터 키워야 할 것이다.

자녀의 스펙을 키우고 성적을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일보다 자녀의 감정을 잘 읽으려고 노력하는 부모가 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 아닐까 한다. 자녀와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기, 얼굴표정 살피기, 환하게 웃으며 말하기, 고개끄덕이기, 맞장구치기, 감사한 마음 표현하기, 사랑한다 말하며 안아주기 등 지금부터 당장 실행에 옮겨 보자. 이를 통해 ‘소통’이 이뤄지면 아이들이 밝아지고 가정이 화목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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