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우레탄 위 운동선수도 있는데…”
“종일 우레탄 위 운동선수도 있는데…”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6.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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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모형 ‘우레탄 선택’ 16개교 황당한 이유
막연하거나 아이들 건강 간과한 내용 상당

16개 학교들은 어떤 기준으로 인조 우레탄을 결정했을까.

본 지가 제주교육청이 지난 3~9일 유해 우레탄 학교 9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 모형 수요조사에서 인조 우레탄 재설치를 희망한 학교 16곳 중 일부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상당수가 관리의 용이성만을 강조했다. 유해물질의 위험성이나 아이들의 안전을 간과한 놀라운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

제주시내 한 초등학교 교장은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도교육청이 보낸 수요조사 공문에 마사토와 천연잔디 두 종류가 있었지만 우리는 인조잔디를 선택했다”며 “주택가라 먼지가 날리면 민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건강을 위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물질이든 유해물질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좀 그렇다”고 말했다. 이번 전수조사에서 검출된 납과 육가크롬 등 유해물질의 위해성에 크게 공감하지 못 한다는 의미다.

제주시 읍면지역의 초등학교 교장은 “우레탄에 유해성분이 있더라도 오래 쓰는 것이 아닌데 크게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종합경기장에서 하루 종일 연습하는 선수들은 어떻게 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교장은 “기존에 인조 우레탄이 설치 돼 있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소재로 시공할 경우 바닥 밑에 타설한 콘크리트를 모두 걷어내야 해 예산이 많이 든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기자가 “관련 비용은 도교육청과 교육부, 또 설치시기에 따라 업체에서 부담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그래도 예산은 예산”이라고 얼버무렸다.

막연한 ‘친환경성’을 믿고 인조 우레탄을 선택했다는 교장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또 다른 제주시 읍면지역 한 초등학교 교장은 “공사 후 2년이 안 된 우리는 하자 보수 요청을 할 계획인데 업체에서 무해한 성분으로 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시 읍면지역의 한 중학교 교장은 “과학이 이처럼 발달한 시대에 친환경 제품이 없을 리가 없다”며 “우레탄이 아이들 활동에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이날 본지와 통화한 학교 관계자들은 대부분 관리상의 용이성을 중심에 두고 천연 소재 트랙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내용 중에는 이번 트랙 교체 사업의 예산 부담 방식을 잘 모르거나, 납 등의 위해성을 간과하거나, ‘친환경’ 인조 우레탄을 막연히 신뢰하는 듯한 답변도 상당수 포함됐다.  
한편 이번 재조사에서 우레탄을 희망한 학교는 대정초·중문초·신광초·신례초·송당초·한천초·서귀포초·애월초, 신창중·표선중·조천중·함덕중·대정중·제주중앙여중·서귀중앙여중이다. 고등학교 가운데는 체육부가 있는 남녕고를 제외한 모든 학교가 천연잔디나 마사토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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