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파괴-철거-보수’ 반복하는 행정
‘환경 파괴-철거-보수’ 반복하는 행정
  • 제주매일
  • 승인 201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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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과 공존’을 미래비전의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제주도가 이에 역행(逆行)하는 행정을 펼쳐 빈축을 사고 있다. 한번 정도라면 실수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환경 파괴-철거-보수’가 반복되다 보니 행정에 대한 깊은 불신(不信)마저 싹트고 있다. 이로 인한 세금 낭비 또한 만만치 않은 액수다.

제주도는 8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 해안에 설치된 철재 교량을 자연친화적으로 리모델링한다고 밝혔다. 용머리 해안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자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제526호)로 지정된 곳이다.

문제가 된 철재(鐵製) 교량은 사업비 5억7000만원을 들여 올해 6월 완공됐다. 그러나 채 두 달도 안 된 상태에서 경관 훼손 등의 논란이 일자 보완에 나서기로 했다. 문화재 위원과 건축 전문가로 구성된 현장 점검단은 경관조망 방해 및 주변과의 부조화 등 문제가 있지만, 철거보다는 시설을 보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날 전문가들은 교량 상판 제주석을 가로 배열로 조정하고, 하단부 교대를 응회암과 같은 색상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초 문화재청이 이 사업을 승인했으니 체면상으로도 ‘철거’까지는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전형적인 탁상(卓上)행정의 결과로, 시설물 보완을 한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보다 앞서 제주시는 올 4월 8600만원을 투입 한림읍 올레 14코스 인근 해안가에 목재데크와 전망대를 설치하다 경관을 해친다는 본지의 지적에 따라 공사를 중단하고 시설물을 철거했다. 또 애월읍 곽지 과물해변에 야외 해수풀장을 만들다가 환경 파괴와 불법공사 논란에 휩싸이며 70%의 공정률을 보인 상황에서 원상 복구하기도 했다. 이 사업에 들인 돈만 무려 8억원이 넘는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가장 기본적인 ABC조차 무시한 ‘어설픈 행정’에서 비롯됐다. 그렇다고 도민들의 피 같은 돈인 혈세(血稅) 낭비에 대해선 그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징계를 한다고 하나 ‘솜방망이 처벌’이 고작이다.

나사가 풀려도 너무 풀렸다. 제주도정이 공직 기강을 다잡고 행정 전반을 쇄신(刷新)하지 않는 한, 이 같은 ‘무개념 행태’는 계속 되풀이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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