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복지기준선 설정을 위한 논의
제주형 복지기준선 설정을 위한 논의
  • 고승한
  • 승인 201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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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 물질적으로 향상
‘풍요 속 빈곤’ 삶의 질 저하 인식
제주사회도 사회양극화 심화

복지기준선 마련 논의 시작
도민 복지수준·삶의 질 향상 목적
사회적 합의 통한 좋은 결과 기대

우리는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보통사람들은 지금은 웬만하면 자동차를 소유하고, 해외여행도 가고, 다양한 전자제품들도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즉, 경제·사회적 생활이 과거보다 훨씬 나아진 셈이다.

우리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이 질문에 대하여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외향적으로는 생활형편이 좋아졌다고 보일지라도 상대적 빈곤 때문에 삶이 나빠졌다고 인식하기도 한다.

우리사회에서 급속한 경제성장과 부의 축적과정에서 상대적 빈곤과 상대적 박탈감의 확산이 자연스레 나타났고, 그 결과 사회양극화와 빈부격차는 오히려 더 심화되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 고도화와 시장주의 팽배가 소득재분배보다는 자본의 생산과 재생산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 안전망이 촘촘하지도 않고,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산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고, 비정규직 일자리의 증대로 소득이 낮아진다. 복지제도의 미비로 복지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주택가격의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이 더욱 힘들어 지고,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한 노인층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등 사회·경제적 요인들을 극복해 나가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제주지역의 현실은 어떠한가? 제주는 최근에 5%대의 꾸준한 경제성장의 결과로 GRDP(지역내총생산)과 지역 총소득도 증가했다. 재정자립도 또한 37.8%로 전국 평균(35.9%)에 비하여 높아 경제·재정적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 훨씬 좋아진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가처분소득의 GRDP 대비 비율은 악화ㅣ되2000년에 80%였으나 그 후 지속적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고용률은 전국에서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 비율은 전국 평균에 비하여 높은 편으로 고용의 질 개선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기초생활수급자는 2010년 이후 완만한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2015년부터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또한 여전히 복지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으며, 노인층·독거노인·장애인·조손가정·한부모가정·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의 사회복지 예산비율도 전국 평균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에 제주에서도 ‘제주형 복지기준선’ 마련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서울특별시·세종특별자치시·광주광역시는 이미 시민복지기준선을 마련했다. 복지기준선 설정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규범적·가치적·권리적 차원에서 고려, 도민들의 복지수준과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한 목적 지향성을 내포하고 있다.

제주형 복지기준선 설정은 제주지역에서 각 영역별(복지서비스·소득·일자리·주거·건강·교육·돌봄 등)로 적정한 복지수준은 단계별로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고, 그것을 달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사회적·정책적 노력들이 필요한지를 담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주의 복지패러다임을 변화시킬 복지기준선 설정 과정에는 다음의 요소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자연환경과 인구구조, 경제 및 산업, 농촌과 도시, 산남과 산북, 사회복지 현실, 문화 등 제주지역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한 복지기준선 마련이 중요하다. 둘째, 도민참여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셋째, 사회적 약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복지기준선 설정 추진체계의 민주적 운영을 통해서 나눔과 배려, 그리고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 적정한 복지수준 마련의 성공적 관건이다. 넷째, 제주의 미래비전인 ‘청정과 공존사회 구현’의 가치가 복지기준선 설정에도 녹아들어 가야 할 것이다. 다섯째, 사회복지 영역별 주제들에 대한 실태조사가 올바로 실시돼야 타당성이 담보된 복지기준선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제주형 복지기준선 설정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전개되고 사회적 관심과 합의를 통해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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