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이용 꺼려도 “검토 후 보강 고려” 소리만
“다리 아파서 계단 오르내리는 게 힘들어….”
4일 오전 11시30분께 제주시 아라종합사회복지관 지하 1층에 있는 경로대학에서 진행된 노래교실을 마치고 계단을 올라오던 이창순(69) 할머니가 가쁜 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 할머니는 “복지관에서 매일 재밌는 프로그램을 해주는데 걷는 게 불편해서 매번 참여하지 못 한다”며 “복지관에 엘리베이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 힘들게 계단을 오르던 서모(70) 할머니도 “필요하다”고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제주 지역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장애인, 홀몸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쉼터가 되고 있는 아라LH아파트 단지 내에는 아라종합사회복지관이 있다. 복지관에서는 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풍물교실, 노래교실, 공예교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아파트 주민 1162명 중 50%(550여명)가 노인, 장애인이어서 복지관 건물 2층과 지하 1층에 있는 프로그램실에 쉽게 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아 몸이 불편한 주민들에게 계단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복향 복지관 과장은 “이곳 주민들 대부분이 혼자 살고 있어 고립된 경우가 많다. 복지관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이 어떻게 보면 이분들에게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라며 “주민 대다수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도 거동이 불편해 계단을 올라야 하는 복지관에 잘 안 온다”고 했다. 강유환 사회복지사는 “몇몇 장애인분들의 경우 참가를 희망해 직원들이 업어서 프로그램실에 데리고 오고 있지만, 시설 직원들이 부족한 상황이라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현재 복지관에서는 임시방편으로 긴급 피난용 계단이송 기구 하나만을 갖춰놓은 상태다. 이마저도 주민들이 무서워해 잘 이용하지 않으면서 몸이 불편한 주민들 대부분이 복지관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 하고 있다. 조성태 아라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해마다 아파트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 주민 비중이 늘고 있다”며 “주민 복리 향상을 위해 엘리베이터 설치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 주민복지과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서 검토한 뒤에 엘레베이터 설치 등 지원이 필요한 경우 내년에 예산을 투입해 시설 보강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