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 이용객 집계는 보통 피서철이 끝나 폐장(閉場) 직후 발표하는 게 그동안의 관행이었다. 그런데 제주시가 느닷없이 ‘해수욕장 이용객 급증’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제주시 관내 해수욕장 이용객은 모두 133만1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7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暴炎) 등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하나 실로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용객이 가장 많은 해수욕장은 이호(44만6000명), 협재(30만3000명), 함덕(27만2000명) 순이었다. 관내 7개 해수욕장 가운데 유일하게 김녕해수욕장만 지난해에 비해 이용객이 7% 감소했다.
제주시는 이호테우축제와 삼양검은모래축제, 함덕뮤직위크 페스티벌과 금능원담축제 등 다양한 축제와 행사들이 무더위에 지친 도민과 관광객들을 해수욕장으로 대거 끌여들였다고 자평(自評)했다. 이는 고경실 시장 취임 후의 첫 성과다.
일각에선 집계의 정확성이나 지금 굳이 발표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그 속내를 떠나 해수욕장 이용객의 대폭 증가는 해당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 등을 감안할 때 무척 반가운 일이다. 제주시의 ‘관행’을 깬 때아닌 발표 또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이게 ‘성과주의’의 발로(發露)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물론 성과주의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특히 임기 2년의 고경실 시장으로선 자신만의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족적(足跡)을 남기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단기실적 위주의 성과주의 폐해를 우리는 숱한 경험을 통해 종종 목도해왔다. 자칫 ‘전투’에선 이기고 ‘전쟁’에선 패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성과주의에 매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