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도남동 시민복지타운 내 ‘제주시청사 예정부지’를 놓고 도정(道政)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제주디자인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나선 게 얼마 전인데, 지금은 행복주택을 짓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3년 ‘디자인산업 융합전략사업’ 대상지로 제주와 대전을 확정했다. 이에 제주도는 시청사 부지 4만4000여㎡ 중 1만㎡를 활용해 ‘제주디자인센터’를 내년 2월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산자부도 1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소리만 요란했을 뿐 성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난해 산자부가 디자인센터 설계비 9억5000만원을 지원했지만 집행하지 못했다. 사업부지 문제를 결정하지 못해서다. 올해도 관련 예산 44억원이 배정됐으나 이 역시 집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전임(前任) 도정이 세운 계획이 몇 년째 흐지부지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는 이곳에 ‘행복주택’을 건립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의 ‘2016년 행복주택 후보지 자자체 제안’에 700세대 규모의 행복주택을 짓겠다며 도가 신청을 접수한 것이다.
제주도는 행복주택 제안이 채택되면 해당 부지에 분양 및 임대주택 등을 추가해 전체 1200세대 규모의 주택단지를 조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현실화될 경우 남는 시청사 부지는 6000~7000㎡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디자인센터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이고 우리도 건립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며 “다만 수익성 확보 등의 문제와 어디에 지을지에 대해 좀 더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제주디자인센터 건립사업은 현 도정의 의지(意志)가 박약해 사실상 ‘물 건너 가는’ 모양새다.
한 가지 간과(看過)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제주시내에 4만여㎡가 넘는 부지를 다시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한 결정을 내린다면 반드시 후회하는 날이 올 것임은 분명하다. 행복주택도 좋지만 제주자치도가 면밀한 재검토를 통해 보다 냉철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