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 전형적 제주 바닷가
이젠 특정자본 돈벌이 장 전락
삭막한 도시 풍경만 연출
산지천·칠성로 복원 계획
‘보존’과 ‘창조’ 실현위한 지혜 필요
지역 고유 문화·보전도 필요
제주시 탑동은 매립되기 전에는 1~3m의 수심을 보였던 말 그대로 제주의 전형적인 해안가였다. 예전에 주민들은 이곳을 찾아 해산물을 채취했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는 수영과 휴식을 즐기던 정겨운 곳이었다.
그런데 탑동은 매립이 이뤄지며 멋과 맛을 잃고 말았다. 현재 매립지에는 대규모 숙박시설과 대형마트, 식당가 등 상업시설들이 바다를 볼 수 없게 막고선 삭막한 도시풍경만을 연출하고 있다.
물론 해변공연장과 산책로, 청소년 쉼터 등의 공공시설이 있지만 이들은 상업시설의 들러리 그 이상이 아니다. 제주시민 모두가 공유해야 할 탑동해안이라는 천혜의 자연자원이 특정자본의 돈벌이 장으로 변모,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도, 흔적을 찾아 볼 수도 없게 변해 버렸다.
제주도는 산지천 일대를 살리기 위해 2013년부터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생태하천과 테마정원·세계음식테마거리 등을 만드는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을 하고 있다. 완공은 당초 2015년이었으나 지하주차장 조성공사 등이 추가되면서, 오는 10월로 늦춰졌다고 한다.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이 완공되면 지역의 문화를 알리는데 적지 않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일단 개발이 진행되면 원형복구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아라리오뮤지엄’이라는 한 기업이 주변문화를 간직하면서 활성화시킨 방법과 노력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다시 한 번 더 소개한다.
제주에 새롭게 선보이며, 예술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아라리오뮤지엄은 탑동시네마·바이크샵·동문모텔Ⅰ 등 3개의 전시관으로 나뉘어 있다. 언뜻 듣기에 미술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름들이다. 여기엔 ‘보존’과 ‘창조’라는 아라리오뮤지엄의 철학이 담겨 있다. 옛 건물이 간직한 역사 위에 예술이라는 창조적인 옷을 입혀 서로 공존하는 형태로 만들었다. 그 안에는 개발에 밀려 쇠퇴한 원 도심을 문화예술을 통해 되살려보자는 희망찬 꿈이 녹아 있다.
낡아서 허물어도 될 건물들을 새로운 방법으로 복원, 산지천만이 가지는 거리문화를 만들어냈다. 주전시관 격인 탑동시네마는 2005년 폐관된 시네마극장 건물을 활용했다. 오랫동안 방치됐던 건물은 ‘영화’라는 과거의 추억과 또 다른 예술 형태인 ‘미술’을 담은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났다. 칙칙한 외관은 컬러풀한 색감으로 갈아입고 내부는 전시 관람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보수만을 진행했다. 덕분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곳만의 독특한 전시관이 만들어졌다. 건물 곳곳에 남아 있는 옛 영화관의 흔적마저 시간이 만들어낸 또 다른 예술 작품처럼 다가온다.
‘보존’과 ‘창조’라는 철학으로 철거 후 개발이라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제주고유의 정취와 문화를 지켜내면서, 아울러 예술성과 기업의 수익을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경영기법은 산지천주변 개발의 표준이 될 만하다. 남겨지며, 보존되는 지역의 옛 흔적들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으면서, 또한 이에 동조하는 주변 상권을 움직이면서 새로운 맛있고, 멋있는 탑동길이라는 아름다운 제주의 명물 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산지천이라는 자연자원과 칠성로를 복원하는 계획은 기존의 흔적들을 최대한 보존하고 거리문화를 수용하여 문화 및 예술을 아우르는 새로운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되어 제주를 찾는 누구나 공감하는 활기찬 거리로 변모되고 있다. 구도심의 개발모델로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주변의 상가는 자체의 관광문화지도를 만들어서 이용객들에게 홍보함으로써 자연스레 널리 알리고 있다. 제주를 찾는 많은 이들이 반드시 찾는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는 지역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수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여기서 명심할 것은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보전 없는 개발은 지지받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매년 유입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땅값은 계속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소외받는 지역주민들이 자기지역 문화 복원 및 발전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창의적이고 공감을 가질 수 있는 지속적인 협조와 아이디어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