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관 평범하지만 용기 낸 사람
‘배려·양보’ 사람 살리는 기적 가능
미국의 철학자인 프랭크 맥클러스키는 ‘소방관이 된 철학교수’로 유명하다. 그는 낮에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밤에는 자원소방관으로서 12년을 봉사한 경험을 책으로 엮어냈다.
그의 책 속에는 많은 소방관들이 등장한다. 그 소방관들은 방패를 들고 싸우는 영화 속 영웅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이웃인 평범한 사람들로 묘사된다.
그는 이처럼 재난의 현장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그저 조금 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일 뿐이고, 그들도 우리처럼 삶이란 틀 속에선 다른 이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우리 모두임을 강조한다.
한 언론사에 따르면 소방관이 겪는 스트레스는 전체 직업 중 2위로 조사됐다. 목숨을 담보로 한다는 부담감도 큰 이유지만 많은 업무량도 영향을 미친다. 소방관들은 화재나 구급현장 뿐만 아니라 문 열어주기 등의 생활민원 관련 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제주도 소방관들이 가장 많이 한 출동은 동물구조 현장이었다. 이러한 생활민원을 줄일 수 있다면 소방관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소방력이 필요한 적재적소에 투입됨에 따라 도 전체의 이익이다.
소방관들에게 도민들의 도움이 절실할 때는 생활민원뿐 아니라 바로 화재현장이다. 화재는 골든타임인 5분을 넘어가면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거꾸로 말하면 소화기와 같은 기초소방시설을 통한 초기 진화로 대부분의 화재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초소방시설을 설치하는 작은 실천은 각자의 재산과 안전 지키기는 물론 소방관들에게도 큰 도움으로 돌아온다.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에게 필요한 다른 한 가지는 소방통로 확보다. 인구 대비 전국 최고의 차량 보유 대수를 자랑하는 제주도에서 소방관들은 차량정체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재현장에 차량진입이 곤란할 때마다 소방관들은 20㎏이 넘는 기본 장비에 더해 양손에 무거운 수관을 들고 나아갈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연됨에 따라 세력이 커진 화재는 그 자체로도 소방관에게 큰 위협이지만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유독가스는 후에 혈액암 등의 형태로 소방관들의 건강을 갉아 먹는다. 따라서 기초소방시설 설치와 소방통로 확보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소방관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다. 반드시 도민들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화재현장과 마찬가지로 구급현장 또한 도움이 절실하다. 지난 1월 부산 을숙도 대교에서 교통사고를 수습하던 119구급대원 2명이 차에 치이는 불행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교통사고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은 자신의 안전보다 환자의 응급처치를 우선하기에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차량이 내달리는 도로 위에 서는 만큼 도민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응급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도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로 인해 위험천만한 순간들이 일어난다. 구급차의 사이렌소리를 도움을 요청하는 부탁의 소리다.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양보운전을 행할 때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
철학자 프랭크 맥클러스키가 책에서 하고자 했던 말은 “소방관도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인 그들이 용기를 낸 것처럼 “우리 모두가 누군가를 돕는 소방관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이었다.
심폐소생술로 어른을 구한 초등학생, 떨어지는 아기를 받은 여고생 등 이런 선행 속 영웅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용기를 낸 우리 이웃들이었다. 이처럼 누군가 필요할 때 그 손을 우리가 잡아줄 수 있음을 프랭크 맥클러스키는 말하고자 했다. 이런 한 철학자의 깨달음과 같이 우리 모두는 화재를 대비하는 준비로 소방관이 될 수 있으며 도로 위 소방차를 위한 작은 배려로 소방관을 돕는 영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