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숫자로만 평가하려는 행정
예술을 숫자로만 평가하려는 행정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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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잘못된 문화 정책 ③문화예술거점 조성사업
삼도2동 빈점포 임대 사업…제주시 “성과 보여 달라”
입주작가 “창작활동 무슨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나”

제주시가 추진하는 ‘문화예술거점 조성사업’ 일환으로 삼도2동 빈집에 입주한 예술가들이 행정으로부터 비공식 또는 공식적인 평가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임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창작 활동을 위한 지원사업이었음에도 예술가들이 빈집에 입주한 이후의 일을 ‘성과’면에 대해서만 '정량적 평가'를 추진하려다 예술인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이다.

그동안 제주시는 삼도2동 일대에서 2014년 하반기부터 빈 점포 임대 사업을 시작했다. 제주대학교병원이 아라동으로 이전하며 발생한 상권 침해를 빈 점포를 활용해 예술인들의 활동공간으로 제공하고, 일대를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활성화시켜 지역 공동화를 해소시키겠다는 프로젝트였다. 현재 총 13개 팀이 입주한 상태다.

▲ 옛 제주대학교 병원 인근의 삼도2동 문화예술거점 조성사업 지역.

임차료와 최초 간판 시설 등을 시가 부담하고 창작 공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인들의 활동을 활성화하겠다는 목적 때문에 시행 초 예술인들의 관심은 높았다. 하지만 이 사업은 이미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당초 취지와 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짙다.

애초 빈집 임대 사업 당시 사업 구간을 서울 인사동과 유사한 공간으로 조성하려던 계획도 중구난방으로 작가들을 영입하면서 취지는 꺾였고, 행정 공무원이 1년 마다 입주 예술인들에게 실적 평가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아쉬움을 남긴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면평가 형식의 조사가 진행되고 비공식적으로도 예술인들의 평가 논의가 오간다는 소문이 나돌자 예술인들은 반발했다.

간드락 소극장 오순희 대표는 “창작 활동에 대해 누가 평가를 할 수 있느냐. 평가는 누구나 받을 수 있지만 우리 분야는 일반적인 장르의 평가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며 “평가를 한다면 공식적으로 어떤 기준, 어떤 부분에 대해 평가를 하는지 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 대표는 “지원 사업이라는 이유로 입주 작가들이 무언가를 해내기를 가시 돋은 눈으로 바라 본다”며 “우리는 창작자인데 바라보는 시선들은 공방 안에서 얼마의 성과를 내는가였고, 상권 활성화를 위해 작가들이 기여하는 것이었다”고 반발했다.

제주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계획을 수립했었지만 공무원이 예술인을 평가하는 것이 문제가 있지 않느냐라는 의견이 있어서 지금은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계약 연장 시 연장 할 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미리 점수 등을 만들려 했던 것이고, 활동을 활발하게 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기 때문에 1년 단위로 평가를 하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서면 평가에 대해서는 “작년 말 입주 작가들의 활동실적 및 어떤 행사를 진행했는지 등 내부적으로 필요해서 제출을 요구했던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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