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있다. 도제(道制) 실시 70주년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0주년을 기념해 1일 제주목관아지에서 열린 ‘제주정책박람회’가 바로 그렇다.
이번 정책박람회는 제주자치도와 도의회, 도교육청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때문에 제주를 대표하는 세 기관이 힘을 합쳐 마련한 ‘전국 최초의 행사’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벌여왔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연 결과는 ‘빛 좋은 개살구’ 그 자체였다. 도민 참여가 아주 저조한데다 프로그램 또한 허술해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첫 순서로 진행된 토크콘서트부터 빛이 바랬다. 원희룡 도지사와 신관홍 도의장, 이석문 교육감이 함께 나섰지만 개회선언과 기념사진 촬영이 고작이었다. 도민들의 다양한 정책제안을 듣고 서로 대화를 나누기엔 30~40분이란 시간은 너무 짧았다.
‘도의원님, 이 정책은 어때요?’도 마찬가지다. 이 코너는 각 분야 전문위원과 도민들이 면담을 통해 불편사항을 상담하고 관련 정책을 제안(提案)하는 자리였다. 도의원들의 일정에 따라 각 전문위원회별 시간을 정해 운영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도민들에게는 사전에 아무런 안내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수축 관련 정책 면담을 교육전문위원이 담당하는가 하면, 행정자치위에 환경 및 도시 관련 상담을 요청하는 등 뒤죽박죽이 됐다. 심지어 행사에 늦게 참석한 일부 도의원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운영요원에게 어디로 가야하느냐고 묻는 촌극(寸劇)까지 연출됐다.
행사장에 마련된 부스에서의 결과도 영 시원치가 않았다. ‘소곤소곤, 제주의 미래에 상상의 날개를 달다’라는 정책제안 나무에는 15개 정도의 종이만 걸려 있었다. ‘서귀포시, 시민의 소리를 듣습니다’ 제안함도 10건이 전부였다. 행사장인 목관아지(牧官衙址)는 상징적인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연일 기승을 부리는 폭염을 감안하지 않아 도민들이 외면함으로써 정책박람회 실패(失敗)의 한 원인이 됐다.
제주의 대표적인 기관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라면 만반의 준비와 함께 도민들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그 뜻과 의욕은 좋았으나 진정성 없이 변죽만 울리고 끝난 ‘정책박람회’가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