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회식서 양 단체장 ‘러브샷’ 완전한 화합 과시

'화(和)'
2일 오전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특별자치도재향경우회는 제주시 충혼묘지와 제주4‧3평화공원에서 합동참배를 진행했다. 두 단체는 이날 행사에서 ‘논어’에 나오는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하다”라는 구절에서 공존과 평화의 원리인 이 단어를 강조했다. 유족회 관계자는 서로의 존재와 가치를 존중하며 화해와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화’이자 곧 평화를 향한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8월 2일 유족회와 경우회가 ‘화해와 상생’이란 이름 아래 손을 맞잡은 이후 매년 이날이면 두 단체는 충혼묘지와 4‧3평화공원에서 합동 참배를 하고 있다. 이날도 현창하 경우회장을 비롯해 20여명의 경우회 관계자들과 양윤경 유족회장 등 40여명의 4‧3유족회 관계자가 참석해 호국영령과 4‧3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경우회 김재봉(84)씨는 “오늘 처음 나왔는데, 이 자리에서 4‧3희생자유가족들을 만나니 묵혔던 응어리가 풀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합동 참배가 끝난 뒤에는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해안가로 자리를 옮겨 함께 식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경우회, 유족회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한데 어울려 앉아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 테이블에서는 죽이 나오자 4‧3유족들과 경우회 사람들이 서로 먼저 먹으라고 양보하기도 했다. 4‧3 당시 아버지를 잃었다는 손모(67)씨는 “어렸을 때는 군‧경들이 너무 미웠는데, 지금은 용서했다”며 “이렇게 한자리에서 모여 담소도 나누고 정말 좋다”고 말했다.
식사 자리에서 두 단체의 회장들은 한 목소리로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구체적인 결과물로 만들어가자고 다짐했다. 양윤경 유족회장은 “경우회의 용기 있는 결정으로 화해할 수 있었듯이 다른 (보수) 단체들과도 화해와 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우회와 함께 해나가자”고 말했다. 현창하 경우회장도 “지난 3년간 씨앗을 심고 꽃을 피우고 가꿨다면 이제는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야 할 시간”이라며 “유족회와 다양한 공동사업을 고민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을 방문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오랜 갈등을 겪어왔던 유족회와 경우회를 의식한 듯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운명과 역사 앞에서 뜻하지 않게 편이 갈릴 수 있다. 희생과 아픔에 대한 가장 큰 승리는 용서다. 경우회와 유족회의 화해는 위대한 승리다. 이것이 곧 제주가 평화의 섬으로 나아간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앞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해 더 좋은 역사를 써나가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