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재보험사 1개 뿐
대부분 외국 대형사에 재보험
제주 투자진흥지구에 유치 제안
국내 대기업에게도 메리트
비용 절감 및 자본 활용 가능
국부 유출 방지 등 국가도 이익
재보험은 원래 보험회사가 거액의 보상 위험 분산 등을 목적으로 ‘더 큰’ 보험사에 드는 보험을 말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재보험회사는 ‘코리안리’가 유일하다. 그러나 2015년 영업수익이 8조 4300억원 규모로 삼성화재(21조 7200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영세한 편이다.
물건의 규모가 큰 재보험은 코리안리가 감당하지 못하고, 외국의 대형 재보험사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비행기의 사고, 공장의 화재, 선박의 침몰 등의 대형 사고들은 자주 발생하지 않지만, 일단 발생하면 지급해야할 보험금이 천문학적이다.
이러한 재보험 수요를 감안할 때 기업전속재보험이 제주도 투자진흥지구에 유치할 만한 업종이라고 판단된다. 기업전속재보험(captive reinsurance)은 특정 기업에 전속돼 그 기업의 재보험만을 취급하는데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경우 외국의 대형 회사에 재보험을 맡길 정도의 물건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제주도에 허용만 된다면 기업전속재보험사를 설립하고 운영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해외 역외금융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도의 기업전속재보험사는 그 설립과 운영에서 2가지 형태가 가능하다. 첫째로 직접 제주도 역외금융센터에 모기업이 자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보험에 대한 경험을 갖춘 경우에 가능하며, 특히 기업 집단 중에 보험사를 가지고 있는 모기업이 생각할 수 있다. 다음은 에이전시 운영방식이다. 보험회사를 운영해 본 적이 없는 기업집단은 예컨대 ‘코리안리’로부터 인력과 운영시스템을 전부 빌려서 운영하는 ‘렌트 어 인슈런스(rent a insurance)’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만약 대기업이 제주도에 기업전속재보험사를 설립한다고 할지라도 전액을 재보험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자금규모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취비율을 점진적으로 올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보험료의 10% 정도는 국내 보험사가 수취하고 나머지 보험료 90%를 재보험사에게 재보험으로 가입하는 경우에, 초창기엔 5% 정도만 기업전속재보험사가 수취했다가 수년이 지나면 비율을 올려나가면 될 것이다. 기업전속재보험사에서 축적된 자금은 모기업이나 계열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최근 IS 테러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 제주도의 기업전속재보험은 ‘메리트’가 크다고 판단된다. 우선 기업 입장에선 엄청난 규모의 보험료가 비용으로 증발해 버릴 수 있는 것을 자회사에서 일부 흡수, 모기업과 계열사에서 필요할 때 그 자금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기업에겐 매력적인 업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대기업이 현재 해외역외금융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면, 제주도로 주소지를 옮김으로써 자금의 불법운용의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점도 있다. 특히 모기업과 계열사들은 사고율 감소가 기업전속재보험사의 실적을 제고시킬 것이므로 사고방지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대단히 바람직하다고 본다. 첫째로, 보험료가 해외로 그만큼 적게 지급되므로 국부 유출을 줄일 수 있다. 둘째로, 국내에 기업전속재보험사가 설립됨으로써 법인세 수입이 증대될 수 있다. 투자진흥지구에선 일정기간 동안의 면세와 감면이 있으나, 그 이후엔 법인세의 징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선 이 문제를 정말로 심도 있게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로, 기업전속재보험사가 제주도에 설립되기 시작하면 ‘코리안리’의 입장에선 경쟁사가 생기기도 하지만, 에이전시 운영에 따른 새로운 수익원이 창출되고, 재보험 인력이 그만큼 필요하게 된다. 넷째로, 해외에 기업전속재보험사가 설립되면, 모기업이나 재벌의 오너들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자금을 불법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제주도에 유치하면 금융실명제 등으로 인해 그런 불법을 저지를 수 없고 또한 감독도 용이해진다.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유망 업종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기업전속재보험 제도의 제주도 유치를 적극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