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더위에 일하고 한끼 식사비 7000원 고작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카바이러스, 일본뇌염 등 모기매개 감염병을 차단하기 위해 각 마을별 자율방역단과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일부 지역에서 부족한 지원 등을 문제 삼으며 방역단 활동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선 ‘봉사’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던 ‘민간의존 방역’에 한계가 찾아 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도는 지난 24일 지역 내 자율방역단(이하 방역단)과 함께 모기매개 감염병 차단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예산 2억5000만원을 추가로 투입, 방역소독 인력(14명)을 추가 확보하고, 방역차량(10대) 및 방역소독장비, 약품 등을 구입해 대대적인 방역활동을 진행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읍면지역에서 방역에 참여하지 않는 단체가 늘면서 방역 당국이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시 지역의 경우 제주시(19개동)와 동부보건소(28개리)의 경우 모든 지역에서 방역단이 운영되고 있지만, 서부보건소 관할 지역의 경우 전체 62개 마을 중 48개 마을에서만 방역단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60개 마을이 참여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12개 마을이 줄어든 셈이다.
서귀포지역 역시 서귀포시(12동)와 동부보건소(41개리) 등은 모든 마을에서 방역단이 운영되고 있다. 반면 서부보건소인 경우 35개 마을 중 24개 마을만이 방역단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지역이긴 하지만 마을 청년회 등이 방역단 참여를 꺼리는 이유는 부족한 지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방역당국은 이들에게 “마을을 위한 ‘봉사’”임을 강조하며, 행정의 역할을 떠 넘겨왔고, 이에 대한 불만이 터지고 있다는 게 지역사회의 목소리다.
올해 방역단 참여 철회를 결정한 모 마을 청년회장은 “사실 이게 행정에서 해야 할 일을 지역주민들에게 떠 넘겼던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 마을을 위한 마음으로 그동안 불만 없이 방역에 참여해 왔지만, 더 이상 ‘봉사’라는 말로 마을 청년들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어 방역단 활동을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국에선 이들을 위해 매년(5월~9월) 150만원 내외의 보조금을 지원해 왔다. 매년 5% 정도를 증액·지원하고 있지만 실제 유류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 방역단이 받는 금액은 한 끼 식사비(1인당 7000원)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올해 제주도가 반영한 방역단 전체 예산은 2억1260만원에 불과하다.
방역단 참여를 거부하는 마을이 늘면서 해당 지역 보건소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선 보조금을 추가지원, 인근 마을 방역단에게 방역을 부탁하거나, 보건소 직원들이 직접 방역에 참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 방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면서 민간 의존 방역에 대한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