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판박이’ 놀이터 제주에 교훈 제시

서울시와 도봉구가 서울시 ‘제1호 모험놀이터’를 준비하고 있다.
놀이시설은 최소화하고 나무와 흙, 경사진 지형 등 자연물을 최대한 활용해 아이들의 모험심을 자극하겠다는 복안이다. 똑같은 놀이터 일색인 제주에 ‘놀이 공간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서울시와 도봉구는 올해 준공을 목표로 초안산 일대에 모험놀이터를 추진하고 있다.
‘모험놀이터’는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구축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말한다. 땅에 구멍을 파거나 나무에 오르거나, 판자나 재활용품 등을 이용해 집을 짓거나, 불을 쓰기도 한다.
처음은 세계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덴마크의 한 조경사가 아이들이 깔끔한 놀이터보다 폐자재가 수북한 곳에서 더 재미있게 논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일본과 미국, 유럽 등지에 1970년대 이후 본격 확산됐다.

모험놀이터는, 업자들이 만든 기구가 중심인 주변의 흔한 놀이터보다 다소 위험은 있지만 아이들의 다양한 자연물들로 스스로 무엇을 할 지 계획한다는 점에서 더 창의적이고 재미있다. 큰 위험은 모험놀이터에 상주하는 ‘놀이활동가’가 제재하는데, 놀이활동가는 아이들에게 망치질을 하는 방법과 같이 놀이를 위한 간단한 상식과 기술을 조언하기도 한다.
서울시와 도봉구는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이 중요해지는 시대에는 ‘놀이’가 달라져야 한다고 믿고 그 연장선상에서 놀이터의 변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 최윤종 공원녹지정책과장은 “(공원을 어떻게 관리할까)해외 자료를 보다가 아이들이 방해받지 않고 놀 수 있는 곳은 모험놀이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도봉구는 지난 5월 17일부터 7월 21일까지 주민센터와 초등학교에서 다섯 차례 주민 설명회를 열었고, 22일에는 그동안 설명회 장에서 주민들이 제시한 안들을 미니어처 놀이터로 만들어보는 설계 워크숍을 갖는다. 예산은 3억 원이 확보됐다. 초안산 일대의 흙바닥과 풀밭, 경사로를 그대로 활용하고, 이외 나무집(트리하우스)과 넓은 미끄럼대 정도를 시설할 계획이다.
도봉구는 이를 위해 올봄 순천시의 제1호 기적의 놀이터를 찾고 일본 모험놀이터를 방문하는 등 새로운 놀이터 구상에 정성을 쏟았다.
구 관계자는 “1970~1980년대처럼 아이들이 흙바닥에서 놀고 목공체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라며 “결국 모험놀이터는 기존의 놀이터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시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129개의 어린이공원 대부분이 한두 개의 놀이시설과 고무매트 바닥으로 일괄 구성돼 있다.